[장재훈 기자]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서울시교육청과 자사고 측의 공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교육청은 평가 결과를 들이대며 8개 학교의 지정취소 방침을 선언했고 자사고측은 불복종과 법적대응으로 맞섰다.
여기에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요구를 협의조차 않겠다며 묵살하는 분위기고 전교조는 왜 더 세게 밀어 붙이지 않느냐며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선거공약으로 내건 자사고 폐지는 이제 교육적 영역을 넘어 보수와 진보의 사활을 건 진영 싸음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4일 서울교육청 앞마당엔 자사고 학부모 10여명이 검정색 드레스에 빨간 어깨 띠를 두르고 나타났다. 이날 교육청은 8개 학교를 지정취소 대상으로 발표했다.
학부모들의 드레스 코드는 자사고 죽이기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드러냈다. 고급 외제차를 타고 나타난 학부모들 손에는 ‘조희연 교육감 물러나라’는 노란 피켓이 들려 있었다.
지난 7월 1일 취임한 조희연 서울교육감.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새 교육감에 대한 기대가 컸다. 좀 더 나은 교육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러나 지난 두달 간 기자의 뇌리에 남은 것은 오로지 자사고 뿐이다. 조 교육감 임기 4년 동안 달라질 서울교육에 대한 시그널을 읽을 수는 없었다.
엊그제 일반고 전성시대를 선언하면서 조 교육감은 학교운영비 1억원을 제시했다. 내년에 일반고에 180억원을 쏟아 붓겠다는 것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교육예산이 없다며 일선학교들로 부터 5백만원씩 갹출해 간 교육청이다.
또 우수한 30~40대 교사들을 일반고에 배치하겠다고 했다. 교육력을 집중해야 할 중학교는 원로원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9시 등교는 경기도 눈치만 보는 처지다. 만사(萬事)의 근본이라는 인사(人事)도 실망을 안겨줬다.
특히 교육청 계선 조직을 통째로 들어내 버린 바람에 업무를 마비시켜버린 아마추어 수준의 솜씨는 웃음거리가 됐다.
실제로 일부 교육청은 국장, 과장, 장학관과 주무 장학사가 한꺼번에 교체되는가 하면 또 다른 곳에서는 과장만 남기도 장학사들이 모두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있었다.
이제라도 조교육감이 제자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교사들이 학생교육에 전념할 수 있게 잡무를 없애고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데 앞장서야 한다. 불필요한 전시성 행사는 과감히 폐지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조희연 교육의 청사진도 속히 공개돼야 한다. 윤곽조차 모르니 내년도 교육계획을 구상해야 하는 일선 학교들로서는 답답할 지경이다.
학부모들은 ‘평등교육’ ‘책임교육’보다 ‘안전한 교육’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조교육감은 지난 선거에서 39%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그는 권력을 잡았다. 그러나 아직 민심까지 얻은 것은 아니다. 완급을 조절하는 유연함이 아쉬운 것은 기자 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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