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전면 시행 1학기 만에 고교학점제가 폐지 요구에 직면했다. 교사 8명 중 7명은 제도 정착이 사실상 어렵다고 응답했으며, 학생 과목 선택권 확대와 관련한 현실적 한계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 강주호)는 지난 12~17일 전국 고등학교 교사 10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지난 24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고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하는 제도로, 지난 3월부터 전면 시행됐다.
조사 결과 ‘교원 희생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다’는 응답이 54.9%로 가장 많았다. ‘폐지를 검토할 정도로 유지가 어렵다’는 응답도 31.9%에 달했다. 반면 ‘비교적’ 또는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는 도합 12.0%에 그쳤다.
교총은 “교사 87%가 제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것은 현장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라며 “여건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면 재검토와 폐지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의 핵심인 학생의 과목 선택권 보장도 현실의 벽에 부딪힌 모습이다. 담당 과목 수를 조사하니 응답 교사의 37.1%가 3과목 이상이라고 답했다. 3과목이 29.5%, 4과목이 5.9%, 5과목 이상이 1.7%로 집계됐다. 또 교사들은 ‘학생부 기재 부담’과 ‘수업 준비 및 업무 과중’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교육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과 지역 온라인학교 역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 수업시간 내 운영이 어려워 실질적 활용이 어렵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고, ‘이동이나 디지털 인프라의 한계’(19.5%)와 ‘학생 수요 부족’(10.5%) 등의 지적도 도합 30%에 육박했다.
학생의 학업 성취를 보장하기 위한 미이수제 역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참여도가 낮고, 보충지도를 해도 반응이 미지근하다”고 답했다. 또한 “보충수업을 방과후나 방학 중에 운영하면서 교사 부담이 크다”, “형식적인 평가로 미이수를 피하려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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