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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노래는 지치고 힘든 삶의 순간에 반짝이는 밤하늘의 북극성과 같이 삶을 위로하고 이끌어주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따라 흥얼거리며 가사의 내용을 음미하게 된다. 이는 어른이나 아이들에게 공통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저마다 좋아하는 개별적인 스타일의 노래가 있지만 보편적으로 남녀노소 사람들에게 울림이 되어 잔잔한 영향력을 미치는 노래도 많다.

올해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부른 1위의 곡이자 음악 차트를 넘어 대중의 마음 깊숙이 스며드는 노래가 있다. 가수 황가람의 〈반딧불〉이다. 화려한 사운드나 과장된 메시지 대신,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작은 빛을 노래하는 이 곡은 특히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각별한 교육적 울림을 전한다. 경쟁과 비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흔들리는 아이들에게 〈반딧불〉은 “너는 이미 빛나고 있다”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응원가로 다가온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성적, 외모, SNS의 ‘좋아요’ 수로 자신을 평가받는다. 빛나야만 존재 가치가 있는 것처럼 느끼는 환경 속에서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를 어둠이라 여기며 주저앉기도 한다. 그러나 〈반딧불〉은 태양처럼 눈부시지 않아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반딧불의 빛은 미약하지만, 밤이 깊을수록 그 존재는 더 선명해진다. 이 은유는 청소년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자기 존중감’ 회복의 메시지라 할 것이다.

한 중학교 담임교사는 학기 초 학급에서 이 노래를 함께 들은 뒤 ‘나만의 반딧불’이라는 글쓰기 활동을 진행했다. 성적이 늘 중하위권이던 한 학생은 “나는 공부는 못하지만 친구 얘기를 잘 들어주는 반딧불”이라고 적었다. 그 글을 계기로 학급에서는 서로의 장점을 찾아주는 문화가 생겼고, 해당 학생은 또래 상담 역할을 맡으며 학교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는 일화가 전하고 있다 노래 한 곡이 학생의 자아 인식을 바꾸고, 공동체의 분위기까지 변화시킨 사례다.

〈반딧불〉이 지닌 또 하나의 교육적 힘은 ‘과정의 가치’를 일깨운다는 점이다. 빠른 성공과 즉각적인 보상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청소년들은 조금만 뒤처져도 실패자로 낙인찍힌다. 그러나 이 노래는 긴 밤을 견디는 시간을 전제로 하고 있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의미를 갖듯이, 흔들림과 시행착오 역시 성장의 일부임을 자연스럽게 가르치고 있다. 이는 진로교육과 인성교육에서 강조하는 바로 ‘회복탄력성’과 맞닿아 있다.

또한 〈반딧불〉은 타인에 대한 감수성을 키운다. 혼자 빛나는 별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깜박이는 작은 불빛들이 모여 밤을 밝힌다는 이미지는 협력과 연대의 가치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한 고등학교에서는 이 노래를 바탕으로 학교폭력 예방 수업을 진행하며 “누군가의 반딧불이 되어준 나의 경험”을 나누게 했다. 그 과정에서 방관자였던 학생들이 작은 친절과 배려의 행위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체감했다는 보고도 있다.

이는 학생들뿐만 아니다. 오늘날 우리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모든 것이 꼬이고 풀리지 않을 때, 울고 싶은 마음이 벅차오를 때, 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의 마음은 무언가 밝은 빛, 희망의 속삭임이 되어 얼굴에 온기를 되찾게 해준다. 그런 맥락에서 일찍이 공자는 “음악은 (나의) 삶을 완성시켜 준다”고 찬양했는지도 모른다. 듣고 들어도 다시 듣고 싶은 음악의 힘은 자신에게 살아갈 힘과 용기를 주고 의식을 더욱 성숙시켜 주는지도 모른다.

교육은 삶을 견딜 언어와 이미지를 건네는 일이다. 〈반딧불〉은 청소년들에게 “지금의 너로 충분하다”, “너의 속도로 빛나도 된다”는 생존의 언어를 제공하고 있다. 이 노래만큼 오늘의 청소년에게 필요한 다정한 언어가 또 있을까? 이 노래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는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마음에 정확히 닿았기 때문이다. 교실과 가정, 그리고 우리 사회가 이 노래의 메시지에 좀 더 귀 기울일 때, 더 많은 청소년이 자기만의 빛으로 이 어두운 밤과 같은 현실을 건너갈 수 있을 것이다. 2025년을 잘 버텨준 모든 이들이여, 여러분은 존재만으로도 빛나고 있음을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