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식 전 서울신정고(신정여상) 교사
서영대학교 파주캠퍼스 디지털전기과 겸임교수
특성화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이 어렵다 보니 공무원 시험을 보거나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꾸준히 늘어가는 상황이다. 특성화고 취업담당자에게 들어보니 요즘은 집안 형편이 어렵지 않은데도 공무원이 되기 위해 특성화고에 입학하는 학생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인문계 입학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좋은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나름의 방책이라고 보인다.
인사혁신처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9년 지역인재 9급 수습직원 선발시험에서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종합고) 졸업예정자 210명을 뽑았다. 실업계고 출신 9급 공무원은 2012년 고졸 출신 공직 진출 확대 등을 목적으로 일반 공채와 별도로 뽑기 시작했다. 학교장 추천, 필기시험(국어·영어·한국사), 면접 등을 거쳐 선발하며, 일반 공채 대비 경쟁률이 최고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 인기다. 정원은 첫해 104명으로 시작해 올해 두 배를 넘겼으며, 혁신처는 2022년 9급 일반 공채의 20%를 실업계고 출신으로 채울 방침이라고 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서울시교육청 지방공무원 경력경쟁임용 9급 기술직군에서 9명, 국가직 지역인재 9급 수습직원 선발에서 32명이 합격하는 등 취업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한 특성화고의 경우 재학생 4명이 국가직 지역인재 9급 공무원에 합격했다. 인문계고에서 서울대 합격을 한 것보다 특성화고에서 9급 공무원에 합격한 것이 더욱 값지다고 주위에서는 부러워한다.
특성화고에서 공무원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특성화고마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공무원 대비반’을 운영하고 이를 대내외에 홍보하고자 한다. 우리 학교가 공무원에 몇 명 합격하고, 어느 대학에 몇 명이 합격했다는 것이 가장 큰 자랑거리가 된 것이다. 대부분의 일반 학생들은 자격증을 취득해서 좋은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꿈이다. 공무원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날이 가면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에서 특성화고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한 특성화고 교사는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공무원 취업과 대학 진학 행렬은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직업계고 학생들의 공무원과 공기업 진출은 직업 진로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소중한 기회라고 보는 측면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특성화고가 공무원 합격을 위한 학원화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이 가속화될 경우 직업교육이 뿌리를 내리는데 훼방꾼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한동안 인문계 고교에서는 지나치게 서울대병에 걸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었다. 특성화고가 나갈 길이 무엇인지 초심부터 생각해봐야 할 때다. 공기업이 좋다고 하면 그쪽으로 몰렸다가 공무원이 최고라고 하면 모든 특성화고가 공무원 합격에 집중하는 것이 과연 특성화고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인지는 심각히 고려해봐야 할 대목이다. 우리 사회 전체의 직업교육에 대한 관심과 의식 변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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