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학생의 날’을 떠올리면 학생회를 중심으로 기념 뱃지를 나눠주는 정도로, ‘아, 이런 날도 있구나’하면서 무미건조하게 지나갔다. 그 숨은 뜻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을 정도다. 그런데 지금 교육계에 발을 담그면서 학생의 날의 시초가 학생독립운동인지, 그 역사가 벌써 90년이나 되었는지, 교육과 세상의 모순을 바꾸는 주체임을 알리는 운동을 해왔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됐다.
학교 현장은 확실히 예전보다 ‘학생인권’이 신장된 것을 느끼게 된다. 학교 취재를 다녀보면, 초등학교부터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하며,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학교에 건의사항을 제기하고, 학교는 그를 반영한다. 최근 취재했던 한 초등학교는 모든 학생들이 리더가 될 수 있는 교육활동을 추진하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어보인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중고생 2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와 학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이지만, 학교 수업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학생이 3명 중 1명이었다.
학교 수업이 지루하고, 힘들다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무엇보다 학생 절반가까이는 선생님에게 학생을 존중하는 태도를 원하고 있었고, 학생과 소통하는 수업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또한 교칙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응답도 40%여서 학교 자치가 완전히 정립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학생들의 인권이 과거보다 크게 신장한 것은 교육현장의 장단점을 동시에 불러온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교권추락이 그 예가 될 것이다. 교사도 학생을 존중해야겠지만, 학생들도 선생님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서로의 인권이 동시에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이 최근 유행어처럼 번지다 못해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장난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자꾸 나의 학창시절과 취재를 하면서 알게되는 요즘 학생들의 학창시절을 비교해서는 안 되지만, 학생들에게 이 한 마디는 해주고 싶다. “나 때는 말이야. 선생님이 하라고 하면 할 수밖에 없었어. 지금 너희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때가 좋은 거야. 너희의 의견을 말하는 것도 정말 좋지만, 그를 들어주는 선생님의 의견도 존중한다면 너희들의 인권은 자연스럽게 성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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