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새학기를 맞아 새로운 교육과정에 따라 달라진 교과서. 그런데 양성평등을 가르쳐야 할 교과서에는 여전히 성 역할 고정관념 등 차별적인 내용이나 삽화가 담겨있다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28일 ‘2018 초·중등교과서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지난 2017년 초등학교 1, 2학년 교과서를 분석한데 이어, 2018년에는 초등학교 3, 4학년, 중학교, 고등학교 교과서 49권을 모니터링 했다.
인권위는 교육과정 속에서 상호존중과 인권 이슈를 다룬 영역과 국어, 도덕, 사회, 수학, 과학 교과서의 삽화/사진 및 표현(텍스트)에 대해 인권 침해적 요소가 있는 내용을 발견하고 개선안을 제시했다.
결과에 따르면, ▲가부장제에 따른 성역할 고정 ▲성별에 따른 특정 행동 ▲다문화 인물 묘사 부족 ▲장애인을 배려나 보호의 대상으로만 묘사 ▲가족의 다양한 형태 부족 ▲등장인물의 연령대 등에서 차별적인 묘사가 남아있었다.
교과서에서 남성의 경우, 기업과 국가의 대표, 가정의 경제활동을 담당하는 중요한 인물로 표현했다면, 여성은 집안에서 자녀 양육과 집안일을 담당하는 주체로 묘사되어 있었다. 초등 도덕책에서는 사회에 도움을 주는 ‘훌륭한 사람’은 남성 위인인 반면, 여성 위인은 업적이나 결과물보다 ‘아름다움, 모성’에 집중됐다.
또한, 일부 교과서의 경우 교과서 전체에서 다문화 배경을 가진 학생이 단 1명도 등장하지 않았으며, 안경 낀 사람을 대체로 남성, 체형이 통통한 사람, 키 작은 사람 등이 잘 제시되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발표결과와도 큰 차이가 없었다. 초등 1, 2학년 교과서에서 성 역할 고정관념이나 편견, 인간 존엄성 등을 다루는 부분은 많이 개선됐지만, 직업 차별, 장애인, 다문화가정 학생 등 사회적 소수자가 배려가 필요한 대상이나 주변인물로만 표현됐었다.
인권위는 “정형화된 성역할 고정관념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함은 물론 다문화 배경, 장애인 등의 인물을 다양하고 중심인물로 배치해야 한다”며, ▲한부모 가족‧조손 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 묘사 ▲중장년층이나 노년층 비율 강화 ▲원작자가 따로 있는 문학 작품, 동요 등에 특정 집단 차별이나 고정관념이 있는지 검토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한 인권위 인권교육전문위원인 이기규 교사(서울 은곡초)는 “대부분 학교에서 교과서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가르친다. 인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포함되지 않도록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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