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 뉴스스크랩 | 나의덧글
최종수정 24.02.23 10:36
   
사설월요포커스오피니언
뉴스 홈 사설/칼럼 월요포커스 기사목록
 
곽노현을 위한 변명
기사입력 2012-05-02 오후 7:57:00 | 최종수정 2012-05-06 오후 7:57:20   

<편집장 칼럼>  ‘오늘은 일찍 집에 들어가자 /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중략)

계절이 봄과 여름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던 지난 4월 25일. 시계바늘이 오후 6시로 넘어가려던 순간, 서울시교육청 스피커에서 한 편의 시가 흘러나왔다. “교육감입니다. 여러분의 교육감이라구요.” 퇴근을 앞둔 교육청의 정적을 깨고 곽노현 교육감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윽고 비음 섞인 그의 음색을 타고 ‘오늘은 일찍 집에 들어가자’란 시인 이상목의 작품이 낭송됐다.

이 날은 밥상머리 교육이란 명분 아래 공무원들의 정시 퇴근을 유도하는 수요일. 곽 교육감은 자신이 시 한편으로 물꼬를 텄으니 앞으로는 직원들이 나서서 귀가를 선동해 달라고 말했다.

“지금 밖에는 촉촉한 봄비가 내리고 있고 직원 여러분은 지금 바로 책상을 접고 일어나 치킨 한 봉지 사서 사랑하는 가족, 애인, 친구들과 함께 하길 바란다”는 당부도 빠뜨리지 않았다. 교육청 직원들이 ‘치맥’으로 오붓한 저녁을 보냈는 지는 알길 없으나 교육감이 벌인 봄날의 해프닝에 싱글거리는 표정 만큼은 역력했다.

곽 교육감처럼 애증의 극단을 달리는 인물도 참 드물다. 그는 등장부터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이른바 진보교육감 시대를 주도하면서 무상급식, 인권조례, 혁신학교 등의 카드로 기존 교과부 중심의 판도를 단숨에 뒤집어버렸다.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사이에 기울기가 사라졌다. 전국교육감들이 모인 회의장엔 장관도 허락을 받고, 입장하는 처지가 됐다. 장관 오기만을 기다리던 예전과는 딴 판이다. 한 때 서울시민들은 ‘교육감’과 ‘교감’을 헷갈려 할 정도로 교육행정에 무관심했다. 이젠 옛말이다. 이주호 장관이 밀어붙이고 있는 문예체 교육, 교육기부 운동 등도 실은 곽 교육감이 원조다.

그가 선명성과 투명성을 무기로 교육청을 둘러싼 각종 비리에 가차 없이 메스를 들이 댄 것도 의미있게 평가된다. 서울교육에서 인사나 시설 관련 청탁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쯤되면 곽교육감은 박수세례에 묻혀 살아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선거 공약 1호인 혁신학교는 지금 전교조 교사들의 집합소가 됐다. 교육혁신 한다면서 온갖 특혜 속에 그들만의 왕국에 황금도배질을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교육본질을 벗어난 외곽 때리기에 너무 열중한 것도 역효과를 불렀다.
 
무상급식과 두발, 교복 자율화 등 인권문제에 집착하면서 교육본질은 뒷전으로 밀렸다. 무상급식에 예산을 쏟다보니 학생들 교육환경은 더 나빠졌다. 실제로 초등 3학년 수영교육은 가관이다. 돈이 모자라자 학부모에게 손을 벌렸고 그나마 수업시간이 줄어들어 수영 대신 물장구나 치다 돌아 오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인권조례를 비롯 각종 정책들을 놓고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딜레마에 빠진 지 오래다.

이뿐인가. 무차별 저인망식 감사는 학교현장에 ‘폭정’으로 다가왔다. 과정과 절차를 외면한 채 결과에만 책임 추궁을 하다보니 교육현장엔 공포 행정이 횡행했다. 파면과 정직 감봉등 징계가 난무하고 불명예 퇴직이 속출했다.

모욕적인 ‘퇴직 감사’를 피해 교장들이 기습적으로 명퇴를 신청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무엇보다 곽 교육감의 편향된 소통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는 특정 단체의 말에 귀 기울이고 특정 집단의 논리로만 교육을 바라봤다. 그는 취임사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60%의 교육감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 말을 믿었던 이들은 지난 2년 간 배신감을 곱씹어야 했다.

곽 교육감은 지금 대법원의 판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시한부 교육감이란 조롱 속에 기사회생 카드를 찾고 있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교육청 분위기는 냉랭하다. 그의 충복들은 서둘러 짐을 쌌다. 일부는 경력관리를 위해 승진을 요구했다. 포스트 곽을 노리며 한눈을 파는 동지들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사방에서 초가(楚歌)가 울려 퍼지는 형국이다.

봄비 내리는 저녁, 시를 읽어주던 그는 퇴근길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여러분의 교육감이라구요’ 라는 절절한 한마디가 오래도록 가슴에서 떠나질 않는다.

장재훈 기자
 
 
 
 
네티즌 의견
전체 0   아이디 작성일
 
 
(월요 포커스) 약발 안 먹히는 교과부 특감
‘이원희 효과’의 함정
월요포커스 기사목록 보기
 
 전국 2,700개교 늘봄학교, 운영
 소규모 중학교 통합, 거점형 육..
 ‘교실 속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
 전국 초등학교 늘봄학교 도입
 교육부의 자충수
<교육칼럼> 티칭이 아니라 코칭..
서이초 교사 순직 인정 요구
교대 입학정원 최대 20% 감축
도심 폐교, 활용가능성 제시
전국 2,700개교 늘봄학교, 운영
 
회사소개 광고/제휴 이용약관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수집거부 공지사항 구독신청 기사제보 독자투고 관련교육기관
 

[주간교육신문사] 04034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7길16(서교동) 교평B/D 5층 Tel : (02)3142-3212~4 / Fax : (02)3142-6360  제호: 주간교육신문 등록번호:서울 아02648  등록일:2013년5월16일  간별: 주간     발행인 겸 편집인:이창호    청소년보호책임자:공춘식
총무국, 편집국(신문, 평론) 02-3142-3212 ~4

Copyright(c)2024 주간교육신문사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