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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딱 2년 전 서이초 교사의 죽음 이후 현재 우리의 교육환경은 어떤가? 한때 정치권을 강타한 어느 정치인의 말을 빗대어 “선생님들, 학교 사정은 좀 나아지셨습니까?”라고 묻는다면 그에 대한 답변은 어떨까? 그동안 ‘교권보호 5법’까지 시행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돌아오는 대답은 절망적이다. 여기엔 ‘무기력 교사’의 탄생을 깊이 우려하는 것이 교육계의 중론이다. 아니 어쩌면 학부모의 갑질, 악성 민원, 고소⋅고발의 수단과 방법이 더 교묘해지고 ‘교사 때리기’ 및 ‘교사 학대’라는 신조어가 나돌 정도로 상황은 결코 녹록치 않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관련법을 개정했지만 최근 2년 동안 학부모의 교사 대상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1065건에 달할 정도로 무분별한 신고가 이루어졌다. 2024년만 해도 교권을 침해하고 교육활동을 서면 사과, 재발 방지 서약 등의 처분을 받은 학부모가 281명으로 1년 새 2.4배가 증가했다. 이는 교사들이 학부모들의 불합리한 민원이나 보복성 소송에 더욱 시달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학생에게 수업 중 휴대전화를 쓰지 말라는 지도에 학부모는 “인권 침해 아니냐. 선생이 그래도 되냐”며 폭언을 하고, 숙제 안 한 학생에게 주의를 주자 “공개적 면박은 학대”라는 억지 민원을 제기하는 현실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학교는 교사가 가르치길 포기하고 심지어 학교를 떠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2024년 정년을 채우지 않고 중도 퇴직한 교사는 9194명으로 역대 최고치다. 문제는 저연차 교사의 이탈이 심각한 상황이다. 그들이 ‘N수생 증가’의 한몫하고 있다. 그뿐이랴. 교단에 남은 교사들은 아동학대로 신고당할까 봐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조차 모른 척하고, 학부모 민원을 우려해 시험을 쉽게 출제하고, 급식 등 생활지도는 아예 하지 않는 상황까지 왔다. 이런 무기력 교사의 탄생은 이제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우리는 근자에 있었던 “내 아이는 왕의 DNA, 매일 보고하라”는 학부모의 협박을 기억할 것이다. 초저출산 시대 ‘내 새끼 지상주의’가 사회를 압도하는 상태에서 자식이 귀한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남의 자식 고운 데 없고 내 자식 미운 데 없다”는 옛말을 상기하면 부모 눈에 제 자식은 다 ‘공주님’이고 ‘왕자님’이다. 이는 과거 영국의 왕실이 자녀의 학교를 방문했을 때 아이 보는 데서 학교장과 교사가 최우선이라며 교사에게 고개 숙여 존경심을 표하고 정중히 대접하며 겸손하게 말과 행동을 보인 것은 작금의 우리와는 너무도 판이하다.

흔히들 학부모와 교사는 ‘교육의 동반자’라고 한다. 이제 이는 교육학 교과서에 나오는 사실로만 해석해야 할 것인가? 개개인의 ‘성장통’ 만큼이나 우리 교육에서 학부모와 교사의 인간관계에도 심한 성장통을 앓고 있다. 아니 단순하게 성장통이라 미화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부족하다. 마치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악화일로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돌아가 보면 학부모도 억울한 측면을 호소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을 교육하는 교사들이 마냥 상처받고 아프기만 하다. 이제 교사들은 생존권을 재차 거론하며 아스팔트 위로 나설 것을 연대하고 있다.

다시 학부모 입장에 서면 최근 대전의 초등학생 죽음을 목도하며 우리 교육이 만신창이가 됐다고 탄식한다. 학부모는 괴물, 악성 민원인으로 전락했고 반면에 교사는 잠재적 살인자가 됐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바람직한 교사-학부모 관계를 복원할 수 있을까? 같이 걸으면 든든하고 아름다운 길이 될 텐데 말이다. 깨어있는 학부모 중에는 지금 이런 일련의 교육환경에 대처하는 교육 당국의 행태가 임시방편으로 의자 다리를 테이프로 둘둘 말아 학생을 억지로 앉히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탄한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 했다. 상처받고 아프기만 한 어른들의 협력과 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르침과 배움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교사는 늘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지 물어야 길을 잃지 않으며, 학부모는 “모든 아이는 우리 아이”라는 생각으로 ‘내 새끼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는 서로가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 혼자 걸으면 불안하나 같이 걸으면 든든하고 아름다운 길이 우리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교육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