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경 기자] 내년부터 서울 지역 내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에게 '한글 단어 10번 이상 받아쓰기 해오기', ‘수학익힘책 풀어오기’와 같은 숙제가 사라질 전망이다. 학생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고자 자유놀이시간도 확대한다.
조희연 교육감은 초등 1~2학년 학생들의 행복한 학교생활 적응을 위한 '안성(안정과 성장) 맞춤 교육과정'을 2017년 1학기부터 실시한다고 30일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안성맞춤 교육과정에 따르면 △선행학습이 필요 없는 한글·수학교육 활동 △학습부담 감소를 통해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신장하는 교육 △학습자가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놀이 중심 교육 활동 등을 포함하고 있다.
숙제 없애 ‘공교육 부실화’ 방지
시교육청은 학생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선행학습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초등학교 1학년 학교 교육을 통해서도 충분히 기초 한글교육과 수학교육이 이뤄질 수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차원에서 초등 1~2학년 대상 '사교육이나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숙제 없는 학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는 것은 교사 자율권한이지만 선행학습의 필요성이 느껴지는 숙제는 과감히 없앨 필요가 있다는 것이 본 취지다.
이에 학생에게 학습 부담을 줄 수 있는 학업 관련 숙제나 일률적이고 강제적인 숙제는 지양하도록 했다. 가령 수업시간에 배운 한글 단어를 10번 이상 받아쓰기, 덧셈·뺄셈 문제 풀어보기 등의 숙제를 내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숙제를 내고 도움이 필요한 학생은 교사가 적극 지원하도록 했다. 만약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을 경우, 수업이 끝나고 교사가 ‘숙제 도움 시간’을 별도로 마련하도록 했다.
숙제를 못 해오는 학생에 대한 불이익이나 차별도 금지했다. 받아쓰기, 알림장 쓰기 등 한글을 알지 못하는 학생에게 부담을 주는 교육 활동을 지양하고 숙제 대신 가족과 대화, 다양한 경험 등을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아울러 초등 1~2학년 학생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자유놀이 시간(20~30분)이 확보되도록 적극 권장할 방침이다.
초등 1~2학년 대상 '전문 담임제‧담임연임제' 도입
초등1~2학년 학생들에게 지도경험이 많은 교사가 1~2학년 담임을 전담해서 맡는 전문담임제가 내년부터 도입된다. 또 1학년 담임이 2학년까지 같은 학급을 계속해서 맡는 담임연임제도 시행된다. 학생 수준별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담임교사와 함께 한글·수학교육을 보조하는 '협력교사제' 운영도 확대한다. 현재 서울지역 내 11개 초교에서 협력교사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교육여건이 좋지 못한 학교를 중심으로 점차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시교육청은 '쉬운 한글, 재미있는 수학' 지도 방안 등 초등 1~2학년 학생의 발달수준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청 산하 정책연구소에서 정책연구팀(2개팀)을 구성·운영하고 있다. 교과·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한 놀이 교육 적용을 위해 교사연구회(4개팀)도 구성해 연구 중에 있다.
하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번 정책이 과연 공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하며 자칫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하고 교사들의 수업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학교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박덕수 한국초등교장협 회장은 “숙제는 교사의 고유권한 일 뿐 아니라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에 따라 이뤄지는 사안”이라며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에 대해 숙제를 내줄 수도 있는데 이를 일률적으로 강제 금지하는 것은 교사 수업권과 학교 자율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초등 1~2학년 담임연임제에 대해서도 강하게 질타했다. “2004년 유인종 서울교육감 시절에 이미 시행했다가 실패한 정책인데 또다시 도입하려는 의도가 궁금하다”며, “학생과 교사가 맞지 않을 경우 교사들은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학생들 역시 다양한 교사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잃어버리게 된다”며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교총 역시 “초등 1~2학년 담임연임제는 지난 2011년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추진하다가 학교 현장의 여론 반대로 흐지부지된 정책”이라며 “이미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경기, 강원, 전남교육청에서도 장·단점이 나오고 있고 정책 효과도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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