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불식(自强不息)”은 “스스로 힘써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쉬지 아니함”이라고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이는 원래 동양의 고전 『주역(周易)』에 나오는 말로 또 다른 고전들의 사례들과 함께 “벗이 없으면 사람은 고립되고, 고립된 사람은 지혜를 펼칠 수 없다.”라고 가르침을 전하기도 한다. 이처럼 고대 동양에서부터 친구는 단순한 놀이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성장을 이끄는 동반자였다.
오늘날에도 이 진리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시기, 아이들이 맺는 교우관계는 단순한 유희의 장을 넘어 성격, 가치관, 심지어 미래의 진로와 삶의 태도까지를 형성하는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아이들은 친구를 통해 사회성을 배우고,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 아님을 인식하게 된다. 함께 놀이하며 양보, 질서, 공감, 협력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만약 이 시기에 지속적인 따돌림이나 외로움을 경험한다면, 이후의 대인관계는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초등학생의 사례를 보자. 경기도에 사는 한 학생은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반에서 주목받지 못했고, 종종 따돌림을 당했다. 하지만 같은 반의 한 친구가 먼저 다가와 함께 점심을 먹고, 놀이에 초대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이후 그 학생은 점차 활기를 되찾았고, 결국 적극적인 성격으로 학급의 중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친구 한 명의 존재가 아이 한 명의 인생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은 때에 따라서는 교사를 훨씬 능가할 수 있다.
중학교 시절로 넘어가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이 시기는 사춘기가 본격화되며 자아가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로, 친구의 말 한마디, 시선 하나가 자존감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또래 집단에 속하고 싶은 욕구는 강해지지만, 속하지 못할 경우 큰 소외감을 느낀다. 이 시기의 친구 관계는 정체성과 소속감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고등학교 시절은 대학 입시와 진로 탐색 등 현실적인 고민이 본격화되면서, 친구와의 관계도 단순히 감정적인 교류를 넘어 실질적인 도움과 지지를 받는 관계로 진화한다. 어떤 학생은 친구와 함께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서로를 독려하며 공부하고, 어떤 학생은 친구의 위로 덕분에 좌절을 이겨낸다.
이렇듯 초중고 시기의 교우관계는 각 시기마다 다른 의미와 가치를 지니지만, 공통적으로 아이의 인격을 형성하고,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조용한 힘으로 작용한다. 이는 학창시절을 지나 성인의 세계에서도 지속될 수 있다. 고전 속 사례 하나를 소개해 본다. 조선시대 학자 이황(퇴계)은 젊은 시절,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학문적 친구 기대승과의 편지를 주고 받으며 수많은 철학적 사유를 나누었다. 그들의 교류는 단순한 우정의 차원을 넘어 서로의 지적 성장을 자극했고, 결국 조선 성리학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 이처럼 진정한 친구란 관포지교(管鮑之交)에 못지않은 우정의 관계를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최근 한 고등학생은 대학 수시 원서 작성에 큰 어려움을 겪으며 부모님도 바쁘고 담임교사와의 상담 시간도 짧아 막막하던 그때, 한 친구가 자기 사례를 공유해주고 자기소개서를 함께 읽어주며 조언을 해주어 결국 그는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고, 친구 덕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우정은 시험 성적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힘이 되어주는 ‘보이지 않는 성적표’라 할 수 있다.
교사는 이러한 시기에 단순히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건강한 교우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함께 해야 한다. 때론 사소한 갈등으로 교실 분위기가 흐려질 때 그것을 방관하지 않고 개입하며, 친구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줘야 한다. 교사가 이런 우정의 교감과 가치를 학생들에게 꾸준히 심어준다면, 아이들은 서로를 향한 존중과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조용한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훗날, 그들은 “나는 좋은 친구들과 함께 자랐기에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말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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