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경 기자]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이 지난 7일 경향신문 기자와 가진 저녁 술자리에서 민중의 99%는 개․돼지라고 지칭한 발언의 파장은 교육계 관계자는 물론이고 온 국민을 성토하게 만들었다. 교육부는 결국 들끓는 민심과 여론의 뭇매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나향욱 정책기획관을 파면 조치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지난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교육부는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망언으로 인해 국민들께 큰 상처를 주었고 공무원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킨 나 전 기획관에 대해 파면 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현재까지 조사된 내용과 국회 교문위에서 밝혀진 사실만 가지고도, 이유불문하고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며 “국가공무원법상 품위 유지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해 최고수위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 기획관 조사를 하루 빨리 마무리 해 인사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 요구를 할 예정이며 즉시 직위해제 처분을 하겠다"이라고 덧붙였다.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7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모 언론사 정책사회부장과 교육부 출입기자, 교육부 대변인, 홍보담당관과 가진 저녁 식사자리에서 ‘신분제 공고화’, ‘민중 99%는 개·돼지 취급’, ‘민중은 그저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구의역 비정규직 사고 사망자)가 어떻게 내 자식처럼 생각되나.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다"라고 발언해 국민들을 경악하게 했다.
이 날 저녁식사자리에 참석한 기자는 파장을 우려해 수 차례 해명할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나 기획관은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자기의 소신을 고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 부장에 따르면 “나 기획관은 교육부 이승복 대변인과 함께 경향신문 본사에 찾아와 동석했던 기자들에게 해명했지만, 스스로 발언한 근본 취지는 인정했다”고 말했다.
식사자리에 같이 동석한 교육부 대변인을 비롯한 홍보담당관에 따르면 이번 발언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 (나 기획관이) 전 날 업무로 밤샘을 해 피로가 누적된데다 식사와 곁들인 주량이 과해져 (평소와 달리) 취중에 실언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나 기획관)이 대체 어떤 취지에서 망언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외부로부터 들어온)전화 응대로 왔다갔다 했고, 두 사람이 얘기하다보니 자세히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열린 국회 교문위 회의에서 소속 위원들은 나향욱 기획관 처신과 교육부 공직자의 대응을 놓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 날 회의는 원래 교문위 결산안 관련 회의였다. 하지만 야당이 나향욱 기획관 출석을 강하게 요구해 잠시 파행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출석시키기로 했다. 오후4시 30분 경 수척한 얼굴로 교문위 회의장에 들어선 나 기획관은 연신 “국민들께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국가의 교육을 담당하는 수장으로서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 여러분에게 상처를 줘 참담한 심정이다”며 “교육부의 그간 노력과 성과가 한 직원의 일로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사건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중징계를 포함해 조사결과에 상응하는 엄중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날 위원들은 여야 관계없이 이번 대한민국 교육 정책을 기획하는 (2급)상당의 중요한 자리에 있는 공직자가 어떻게 국민을 개․돼지로 모욕할 수 있냐며 내부 공직 기강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은 “나향욱 기획관은 이날 만난 기자들과 특별한 관계가 없는데 이런 해괴망측한 발언을 한 것은 평소에 그런 인식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었기 떄문에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고 질타했다.
유은혜 의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여론조사 추이를 얘기해다가 ‘개·돼지’ 발언이 나왔다고 나 기획관이 해명을 했는데, 그 답변이 오히려 국민 공분을 산다”며 “과음으로 인한 실수였다고 해명하는 것도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특별 상임위를 별도로 개최해 경향신문 기자를 불러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기획관은 기획조정실장 직속 주무국장으로, 주요 교육정책은 물론 교육부 조직과 예산을 총괄하는 자리다. 나향욱 기획관은 행정고시 36회로 교육부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 교육부 지방교육자치과장 등을 거쳐 지난 3월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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