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경 기자]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중 고등학교에 배포한 친일인명사전 예산을 놓고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에 교육부는 시교육청이 배포한 도서구입비에 대한 예산이 적합여부를 비롯해 교육의 중립성 훼손되었는지에 대한 여부를 조사해서 보고하라는 공문을 서울시교육청에 발송했다.
교육부가 보낸 '친일인명사전의 교육자료 적합성 검토 및 관련 준수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에 따르면 교육자료를 선정 및 구입에 있어서 학교운영위원회를 비롯해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 심의 여부를 2월 29일까지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교육부로부터 친일인명사전 구입과 관련된 공문을 지난 11일 받았다"고 말했다.
초·중등교육법 제32조 및 학교도서관진흥법 제10조에 따르면 학교에서 특정 교육자료를 구입해 활용하거나 도서관에 비치할 경우 교육적 적합성을 심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이 특정 이념이 반영된 친일인명사전을 구비해 수업 자료로 활용하거나 학교도서관에 비치한 것을 놓고 일부 시민과 학부모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자칫하면 학교 현장에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교육청의 보고를 받고서 문제가 드러날 경우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교육청이 일괄적으로 예산을 내려보내 책을 구입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일 서울 중·고교 583개교 도서관에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을 한 질(전 3권)씩 배포하기로 했다. 친일인명사전은 438명의 친일행적을 수록한 책이다. 하지만 2009년 발간 당시부터 친일인사 선정 기준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애초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9월 예산을 편성할 예정이었으나 논란이 일자 예산 배포를 일시 유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또다시 예산 편성을 강행하기로 입장을 정했다. 예산 편성 발표 후 보수 교육단체 등을 중심으로 강력히 반발했다.
서울 용산구 소재 서울디지텍고는 서울지역서 처음으로 친일인명사전 예산을 거부하기도 했다. 디지텍고는 내부 검토 및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를 통해 친일인명사전 구입예산 30만원을 교육청에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디지텍고의 이같은 조처에 시교육청은 친일인명사전 구입 여부는 학교에서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시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친일인명사전 구입 예산은 일상적인 도서 구입비와 달리 교육청이 지정한 목적 외 사용할 수 없도록 '목적사업비'로 내려간 것"이라며 "만약 학교에서 이 예산을 쓰지 않을 경우 사유를 교육청에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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