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교육부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김재춘 차관이 경질된데 이어 황우여 장관마저 경질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이 주문한 교육개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갈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채 허둥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과 김상률 청와대교육문화수석, 문용린 전 서울교육감과 수도권 대학 총장 등이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의외의 인물이 낙점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과정은 교육부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국립국제교육원에 비밀 TF를 만들었다가 야당에게 들통 나는 바람에 망신을 샀다.
교육부는 업무가 많아 인원을 늘린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21명이나 되는 대규모 인원이 서울 한복판에 사무실을 두고 무슨 일을 했는지 알길 없지만 세간의 시선은 청와대 지시를 받아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대학교수들의 집단 반대서명에도 교육부는 속수무책이다. 일부 보수성향 학자들이 찬성 선언을 했지만 이마저도 교육부의 압력으로 이뤄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머쓱해 졌다.
교육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교수들에게 국정화 지지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일부 교수들이 관련사실을 시인하면서 논란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반면 서울대교수 382명이 국정화 반대 선언을 했고 이들 중에는 보수성향 교수도 상당수 포함돼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교육부를 힘들게 하는 악재는 또 있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시도교육감들과 대립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태도에 불만을 품은 어린이집들은 집단 휴원이라는 카드로 교육부와 교육청을 압박하고 돈줄을 쥔 기획재정부는 ‘교육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발을 빼 버렸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에 예산편성을 요구했지만 교육감들은 어린이집 까지 교육청이 예산을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의 선택은 결국 국회에서 관련 예산을 증액해주는 것 뿐인데 이마저도 내년 예산안이 국정화에 발목이 잡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학구조개혁 역시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측은 정부가 대학의 서열화에 대한 고민 없이 오로지 총 정원을 기준으로 대학수를 줄여나가는 대학구조개혁을 단행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지방대학들은 대학평가에 낮은 점수를 받자 총장이 사퇴하는 등 내부 갈등양상 마저 띄고 있다.
교육부 주변에서는 최근 잇따른 악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교육부 전체가 위기에 빠진 형국이 됐다며 불안해하는 모습니다.
익명의 소식통은 “황장관이 물러날 경우 교육관료 들에 대한 대규모 문책인사와 함께 교육부 기능에 대한 재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전문가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등 교육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초당적인 사회적 협의기구로서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교육을 둘러싼 이념적, 정치적 갈등이 유독 심각한 상황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편의에 따라 입맛에 맞게 교육 정책이 바뀌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통합기구 설치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총은 지난 4월 대통령이 교육계, 학부모 단체, 시민단체의 추천을 받은 전문가를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하되, 정당가입이나 정치 관여를 금지하고,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임기를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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