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2학기부터 유치원을 비롯한 초·중·고등학교에 민주적 학교 문화 조성을 위한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를 추진하고 나서자 교육계 안팎에서 비판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전교조 등이 주창해온 ‘교무회의 의결기구화’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정치적 해석에서부터 초중등 교육법에 보장된 학교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교육감 권력 남용이라는 지적까지 다양하다.
2심 재판에서 선고유예 판결로 탄력을 받은 조교육감이 진보진영의 요구를 본격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교육청이 15일부터 24일까지 서울시내 초중고 교장 및 교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홍보 연수를 시작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보수는 물론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교장들조차 이번 교육청의 처사에 불만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서울 A고등학교 교장은 “학교마다 실정에 맞게 교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정책을 결정하고 있는데 새삼 토론문화를 강조하고 나선 이유를 모르겠다”며 “교장들과 공개토론 한번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교육감이 말하는 민주적 의사결정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B 중학교 교장은 “교장들이 권위적이고 일방적으로 학교를 이끌고 있다는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는 것에 불쾌감을 감출 수 없다”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토론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교무회의를 의결기구로 만들려는 저의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닌지 많은 교장들이 의심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c 초등학교 교장은 “조희연 교육감의 정책을 보면 민주성을 강조한 듯 하나 비민주적이고,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강제하고. 다양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획일화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9시 등교를 추진하면서 교장들을 압박한 것처럼 이번에도 답을 정해 놓고 무조건 밀어붙이려는 처사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교장들은 “서울 ㅇㅇ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 학교의 권위적문화에서 비롯됐다”며 “이를 혁파하기 위해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를 만들겠다는 교육청의 논리는 견강부회(牽强附會)의 전형”이라고 입을 모았다.
진보성향의 교장과 전문직들도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혁신학교 교감 출신 한 초등교장은 “토론을 통한 민주적 운영에는 공감하지만 담임이나 부장교사 배정 같은 교장의 고유 인사권까지 토론으로 결정하라는 발상은 너무 앞서간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전직교장 출신 장학관은 “2심 재판에서 자신감을 얻은 조 교육감이 미뤄뒀던 진보진영의 의제를 본격적으로 학교에 실험하려는 것 같다”며 그동안 보여준 유연한 정책기조에서 탈피, 강공드라이브로 전환하는 것은 코드를 보다 분명히 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했다.
그는 “교육청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묵살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교육계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 오히려 혼란과 갈등만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4일 서울우면동 서울교육연수원에서 토린이 있는 교직원회의를 주제로 열린 중학교장 연수회에서는 시종 냉담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교장은 “일부에서 극단적인 혁신학교처럼 교장을 n분의 1로 대우할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지만 질문도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시큰둥한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장우석 서울국공립고등학교 교장회장은 “교육현장에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은 만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면서 “교육청 설명을 자세히 들어본 뒤 조만간 교장회 차원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운영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공유해보자는 취지에서 도입되는 것으로 일부에서 주장하는 교무회의 의결기구화와는 무관하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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