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벼랑 끝에 몰렸던 조희연 교육감이 기적 같은 역전드라마를 또 썼다. 불리할 것이라던 당초 예상을 뒤엎고 2심 재판에서 선고유예라는 최상의 판결을 이끌어 냈다.
지난해 교육감 선거 당시 5%도 안되는 지지율로 출발해 역전승을 끌어냈던 뒷심을 이번에도 발휘한 것이다.
지난 4일 오후 3시 5분, 서울고법 형사 6부 김상환 부장판사가 ‘주문’ 이라고 말하자 법정은 긴박한 침묵이 흘렀다.
“원심을 파기한다. 피고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재판장의 선고가 떨어지자 우와아~ 하는 지지자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한 시간 넘게 판결문을 읽어 내려간 재판부의 결론은 ‘상대방을 낙선시킬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암시한 미필적 고의는 있지만 이같은 의혹제기는 공직 후보자의 적격성 검증하는 과정일 뿐 무분별한 흑색선전으로 볼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영주권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섬세한 주의를 게을리 한 채 증거의 양과 질을 과장하는 방법으로 허위사실을 공표, 유권자의 판단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이것이 일시적이고,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공직 적격성을 따지는 후보 검증 과정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피고(조교육감)가 고승덕 후보의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하면서 명예를 훼손한데 대해 사과를 표명하고 있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진지한 반성과 성찰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 했다.
김 재판장은 “피고가 기자회견과 방송 인터뷰 등에서 상대 후보의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한 것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후보자들 간 적격 유무를 따지는 공방으로 봐야 한다”며 “이는 토론회등을 통해 진실을 획득하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조 교육감의 손을 들어줬다.
허위사실 공표 부분에 대해서는 “그같은 주장을 입증할 만 한 트위터 등 정황증거가 충분했지만 신빙성 여부를 신중하게 따지지 못한 잘못이 있다”며 “그러나 피고가 이를 직접적,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암시하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에 죄를 묻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의혹제기는 상대방인 고 후보의 해명으로 48시간 이내에 쟁점이 종결됐고 투표일 까지 8일이나 남은 시간적 여우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 할 때 피고가 선거일에 임박해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퍼뜨렸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피고의 행위는 상대후보자에 대한 무문별한 의혹제기나 일방적 흑색선전으로 보기 어렵고 유권자의 판단을 적극적으로 오도하려 했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도 낮은 수준”이라며 검찰측 주장을 일축했다.
고 후보의 영주권 의혹제기가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느냐 하는 부분에서도 재판부는 조 교육감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에서 “영주권 의혹이 제기된 지난해 5월 27일과 28일 이틀간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오히려 피고의 지지율은 떨어지고 고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간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는 피고의 행위가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교육감이 공직선거법상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했다는 검찰을 주장에 대해서도 “선거는 경쟁 후보자들 사이의 상호공방과 비판, 그리고 공직 적격의 검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공직후보자는 유권자로부터 치밀한 검증을 받게 될 것을 감수하고 나선 만큼 후보자간 의혹 제기를 쉽게 봉쇄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폈다.
김 재판장은 “피고는 처음부터 이같은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고 후보가 입었을 명예의 상처에 사죄를 표명 하고 있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사람이어서 앞으로도 동일한 이유로 잘못을 반복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선고 유예 이유를 밝혔다.
조 교육감은 이제 대법원이라는 고비를 남겨 두고 있다. 만난을 무릅쓰고 5부 능선에 오른 그가 롱런 가도로 가는 고지를 점령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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