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고등학교에 이어 교육청 내부에서 조차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면서 서울교육청이 만신창이가 됐다.
교장과 교사는 물론이고 이를 감사하러 나선 감사관조차 성추행 의혹에 휩싸이자 교육청 직원들은 할 말을 잃은 분위기다.
청렴도 1위를 내걸고 부패척결을 선언했던 조 교육감의 다짐 역시 초라해 졌다.
이번 서울교육 성추문 사건은 시간이 흐르면서 감사관실 내홍과 성추행 사건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특히 김 모 감사관과 교육청 감사실 직원들간 갈등은 서울교육청이 놓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 감사관은 지난 6월 서울교육청 계약직공무원으로 임용됐다. 당초 이명춘 변호가사가 감사관으로 내정됐으나 수임사건에 연루돼 사퇴하는 바람에 후임자로 뽑힌 인물이다.
그는 감사관에 임명되자마자 내부직원 교체부터 시작했다. 보통 감사관실은 2년 이상 근무하도록 돼 있으나 김 감사관은 근무경력 2년이 채 안되는 직원 5명을 다른 곳으로 전출시켜버렸다.
사전에 당사자들에게 전보 사실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감사관실의 내홍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무리한 인사조치에 직원들을 반감을 가졌고 이는 화근의 불씨가 됐다.
여기에 그의 폭언과 욕설은 물론 고집스런 처신은 교육청 내부에서 부담스런 존재로 떠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감사실 직원 A씨는 “회식자리 등에서 종종 폭언과 욕설을 들었다”며 “특히 음주 상태에서 이같은 경향이 심했다고 말했다.
직원 B씨는 ”한 직원은 회식 때 노래방을 잘못 선정했다는 이유로 무차별 폭언을 들은 적도 있다“고 술회했다.
또 다른 직원 C씨는 “감사실 직원들의 보고서를 잘 믿지 않은 경향이 있었다”며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필이 꽂히면 그 정도가 더 심했다”고 털어놨다.
직원들은 감사관이 교육청 직원들을 불신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면서 그런 과정에서 보이지 않은 갈등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견디다 못한 감사실 내부 직원들이 교육부에 특별감사를 실시해 달라는 비공식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교육부 고위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 직원들로부터 감사관의 언행에 대한 하소연과 함께 특별감사를 실시해서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최근 논란이 된 ‘골프 사건’에서도 김 감사관은 초강경입장을 보이면서 갈등을 빚었다.
교육청은 감사결과를 토대로 관련 직원들에게 경고 처분키로 방침을 정했지만 그는 징계를 강력히 요구했다.
교육청 고위층의 만류에도 불구, 감사 결과가 미진하다면서 재조사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감사관으로서 부적절한 언행도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모 고교 성범죄 사건 때 사실 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 사실을 언론에 공표하는가 하면 음주감사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여기에 성추행 의혹까지 겹치면서 사면초가에 빠져버렸다.
그러나 김 감사관은 일련의 의혹과 비판에 대해 자신을 음해하려는 세력의 조직적인 방해라며 일축하고 나섰다.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11일 기자와 만난 그는 억울함과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자신을 성추행 범으로 몬 것은 교육청 내 음해세력의 치밀하게 계산된 조작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거 없는 의혹제기는 인격살인 이나 다름없다” 며 “‘교육청 마피아’들이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추악한 행위를 서슴치 않는 것에 인간적인 연민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김 감사관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등 사회정의를 위해 헌신해온 인생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성추행 당했다고 하는 직원의 손끝하나 건드린 사실이 없는데 어떻게 이런 허무맹랑한 소설을 쓰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3자 대면은 물론 거짓말 탐지기를 이용한 조사에도 응할 용의가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 감사관은 또 “감사내용 허위보고와 은폐, 누락 등 용납할 수 없는 행위를 저지른 감사실 직원에 대해서는 반드시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겠다”며 검찰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감사관인 자신 뿐 아니라 교육감에게 까지 허위보고를 일삼는 등 공무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행위를 저질러 왔다”며 “파면 해임 등 중징계는 물론 형사처벌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교육청 내 음해세력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오랜 시간동안 교육청을 좌지우지해온 일종의 마피아 집단이 감사를 통해 비리가 드러나자 이를 감추기 위해 자신을 성추행범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음해세력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사람들이 다 아는 것 아니냐”며 즉답을 피했다.
김 감사관은 그러나 (직월들에게)욕설과 폭언을 한 것을 잘못된 행위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일부 직원들이 제출한 엉터리 감사 보고서를 보면서 너무 화가나 순간적으로 실수를 한 것”이라며 “그 일로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면 미안하게 생각 한다”고 사과했다.
김 감사관은 앞으로 계획을 묻는 질문에 “주어진 임기동안 서울시내 모든 학교에서 성범죄가 뿌리 뽑힐 때 까지 감사관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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