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지난 22일 2015년도 자사고 평가결과를 발표하는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조교육감은 등장하지 않았다. 작년 9월 4일 직접 기자들과 만나 “자사고는 선발 효과에 기대 입시 명문으로 발돋움하려 하지 말고 일반고와 다양성 경쟁을 해야 한다" 며 직격탄을 날린 그였지만 이번엔 이근표 교육정책국장에게 바통을 넘겼다,
교육청의 발표문도 작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톤다운 됐다. 올해 자사고 평가 결과발표의 키워드는 ‘청문대상 학교’다, 지난해에는 ‘지정취소’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서울교육청의 자사고평가 발표 내용을 비교해 보면 극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지난해 교육청이 내놓은 보도자료는 ‘(자사고가) 입시교육에 치중해 제도 도입의 취지를 훼손하고 우수학생 쏠림을 유발하여 일반고 교육환경을 악화 시키는 등 공교육의 안정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며 융단폭격에 가까운 격문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올해는 ’기준점수에 미달한 학교가 청문에 참여해 개선 의지를 밝힐 경우 2년 후 재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혀 나긋나긋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면서 ’자사고들이 건학이념에 충실한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해 고교 교육의 다양화에 기여하기를 기대 한다‘며 교육부와 자사고를 자극하지 않으려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또 지난해 보도자료는 ‘해당 학교를 대상으로 청문절차를 거쳐 지정취소 학교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단호한 어조로 지정취소 방침을 못 밖은 반면 올해는 ‘청문결과를 참조해 지정취소 동의 신청 여부를 신중하게 확정할 것’ 이라며 한 발짝 물러섰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 평가지표 평가지표의 핵심이던 ‘교육의 공공성과 학교운영의 민주성’이란 평가항목이 올해는 통째로 빠졌다.
‘자사고가 중등교육발전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던 지난해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불과 9개월 만에 자사고를 대하는 조교육감의 태도가 확 달라진 것이다.
이를 놓고 법원의 1심 판결 이후 조교육감의 동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부터 자사고를 강하게 밀어붙여 보수와 진보세력 간 대립으로 확대 되는 것을 우려, 신중모드로 돌아섰다는 다양한 해석들이 나온다.
한 장학관은 “진영논리 보다 교육적 논리로 접근하려는 교육감의 의중이 반영된 것 같다”며 “자사고 측도 극단적 반발을 자제할 것으로 보여 지난해와 같은 파행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 자사고는 박근혜 정부가 들러서면서 수술대에 오를 뻔 했다.
서남수 전 교육부장관이나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 모두 자사고를 줄여야 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서 전 장관은 자사고등 고교 서열화 현상에 매우 부정적이었다. 실제로 현 정부는 집권 초기 보수 기득권 세력을 의식, 조심스레 자사고 문제에 접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조희연 교육감이 등장하면서 자사고 폐지가 수면위로 올랐고 강한 드라이브가 걸리면서 보수와 진보 진영 싸움으로 변질돼 버렸다.
결국 현 정부는 진보진영에 밀릴 수 없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자사고 보호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었고 조교육감 역시 교육부 반대에 부딪혀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채 소모전에 시달리는 처지가 됐다.
특권교육 폐지를 외친지 1년 만에 인파이터에서 아웃복서로 스타일을 바꾼 조희연 교육감. 자사고라는 판도라 상자를 연 그가 다음엔 또 어떤 선택을 하게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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