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OECD는 ‘2030 미래교육과 역량’ 사업을 추진하면서 ‘학습 나침반’을 개발한 바 있다. 이미 ‘학습자 주도성(Student Agency)’이라는 용어는 더 이상 생소한 말이 아니다. 학생들이 낯선, 이질적 상황에서 스스로 나침반을 찾는 것과 같이 유의미한 방향을 잡아 학습하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거다. 우리나라 역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부터는 더욱 적극적으로 자기주도 학습을 추진하는 가장 큰 주체로서 학습자의 주도성을 부각하고 있다. 학습자 주도성은 자신의 방향성에 따라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역량이며, 가치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역량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학습자 주도성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더하고 있다.
최근에 OECD는 학습 나침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수 나침반, 티칭 컴퍼스를 발표하였다. 교수 나침반은 교사가 진정성 있는 가르침을 실현하는 데 어떠한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그러한 시스템 없이는 변혁적인 학습은 실현될 수 없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학습자가 주도성을 가지고 학습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교사부터 흔들리지 않는 교수의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교수 나침반이 작동하기 위한 조건은 복합적인 측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자기 인식, 자기 관리 등 자아 개념이 확고해야 한다. 이는 교수·학습이라는 배 위에서 나침반을 열어보기 이전에 튼튼한 닻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진정성, 상호작용, 소속감 등을 토대로 교사는 자아 개념을 건전하게 마련하는 과정이 나침반을 열기 전 먼저 튼튼한 닻을 내리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이 부분이 충족되지 않으면 그러니까 기본 닻이 약해지면, 교수의 나침반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역량을 가진 교사라도 나침반 그 자체가 힘을 잃는다는 거다. 교사 자아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교수 나침반에서는 이 닻을 튼튼히 내리는 주요 방법으로 교사로서의 존재에 대한 이해, 교직 사회나 공동체에서 소속감을 느끼며 상호 지원의 관계를 맺는 과정, 그리고 지속적인 성장과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의 세 가지를 제안한다. 또한 이러한 닻 내리기의 과정 전반에 교사 외에 대단히 많은 주체를 포함시켜 사회, 정책 입안자, 연구자, 미디어, 기업, 대학 등의 학습 생태계의 상호작용을 중시하고 있다.
교사가 존재의 닻을 튼튼하게 내린 이후에는 자기 인식, 자기 성찰, 자기 관리를 통해서 그 나침반을 스스로 고정하고 앞으로 향할 수 있도록 한다. 교사들은 자신의 존재감, 소속감, 성장하는 존재로 가기 위한 전문적 기반을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책과 관리자 등의 리더십은 전문적으로 학습하는 시간, 성찰 중심의 전문적 학습공동체, 교사 웰빙의 지원 등을 통해서 교사의 여건을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든든한 뿌리 위에 교사는 비로소 집중하고 혁신하고 회복하는 교육 나침반을 바라볼 수 있다는 거다. 학습 나침반보다 더욱 발전되었다고 느낀 부분은 교육자의 나침반이 움직이게 하는 기반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 입안자와 관리자는 교사가 교수 나침반을 바라보고 작동시킬 수 있는 여건에 대한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
나침반을 제대로 켠 교사는 비로소 ‘교사 주도성’을 높일 수 있고, ‘교사 웰빙’을 갖춘 가운데 학교나 교실, 혹은 수업 속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교육적 문제에 자신 있게, 그리고 성실하게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인 ‘교사 역량’을 개발하게 된다. 교사 주도성 역시 개인적 주도성, 협력적 주도성 등으로 구분되어 교사의 잠재력 발현을 지원한다. 특히 협력적 주도성의 경우 교사 간의 협력은 물론 교사와 학생, 학부모, 관리자, AI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태의 협력을 기반한 주도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교사 웰빙은 근무 조건, 일과 삶의 균형 등을 말하는 신체적 웰빙, 지적 참여와 주인의식, 교사의 전문적 성장을 뜻하는 인지적 웰빙, 그리고 자존감과 안정감, 공감과 신뢰, 협업, 회복탄력성 등을 포함하는 사회적 및 정서적 웰빙을 아우른다. 교사 역량은 지식에 대한 일관성, 처리 속도, 추론, 적용 능력, 창의성, 혁신, 공감, 불확실성에 대한 의연함 등이 지식, 기술, 태도나 가치 등을 통합적으로 반영된다. 그러한 나침반은 각종 기회와 위기를 뚫고 2040의 웰빙의 미래로 교육을 안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교사들은 21세기 역량부터 각종 사회의 격변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요청받고 있다. 그 변화의 폭이 클 뿐만 아니라 속도 또한 빠르다. 학생과 교사 모두를 위하여 각자 나침반의 방향성에 대해서, 저마다 다양한 맥락 속에서 깊이 있게 논의가 이어졌으면 한다.
편집자 주. 본 원고는 2025년 6월 30일 대구신문에 게재된 '교사의 전문성을 지원하는 교수 나침반'을 작성자인 김견숙 대구 영선초 교사의 허가 하에 게재함을 밝힙니다. (출처:https://www.idaegu.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48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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