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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광장> 스펙 매매, 결과주의의 함정
기사입력 2022-06-24 오후 2:15:00 | 최종수정 2022-06-24 오후 2:15:18   

차갑부
명지전문대학 명예교수


과정이야 어찌하든 간에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사고가 우리 사회 곳곳을 지배하고 있다. 범죄 전과로 얼룩진 사람들이 공직선거에 당선되는가 하면, 장관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법의 심판을 기다리거나 운 좋게도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 공직을 수행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그간 일어났던 일들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국민의 책임도 크다. 청문회에서 비리가 양파껍질처럼 까도 까도 나오지만 일단 공직에 임명되면 그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이 시간 속에 묻히게 된다. 그리하여 공직 후보자들은 “쪽팔림은 순간이고 이익은 영원하다.”라는 생각으로 그 과정에서의 수모를 참고 견디는 것이다.   

교육계는 다른 어느 영역보다도 과정이 중시되어야 하는 데도 결과주의가 교육의 신성한 벽을 무너트리고 있다. 다양한 과정을 통해 대학에 입학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대학입시 제도가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결과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행 대학입시 제도는 학생부 위주(학생부 교과, 학생부 종합), 논술 위주, 실기 위주로 선발하는 수시와, 수능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가 있다. 문제는 수시에 있다. 한 방송사는 지난 14일 이른바 ‘입시 스펙’을 중심으로 현행 수시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보도했다. 돈을 받고 스펙을 만들어 주는 입시 컨설팅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불감증이 되어 이상할 것도, 충격적이지도 않은 국민의 보편적 정서가 되었다. “200만 원 정도면 창의력 대회, 발명 대회 같은 데서 대통령상·장관상을 받게 해 주며, 이렇게 따낸 대회 입상 실적으로 내신 9등급 학생을 국내 대학 세 곳에 합격시켰다.”(MBC 뉴스, 2022. 6. 14 일자) 입시 컨설팅 관계자의 말이라고 하니 그간의 심증이 물증이 되었다. “수요가 공급을 창조한다.” 구매자가 있기에 판매자가 있는 것이다. 머지않아 ‘스펙 경매’, ‘스펙 암거래’ 시장이 등장할 판이다. ‘유전합격 무전낙방(有錢合格 無錢落榜)’이란 말 외엔 할 말이 없다. 스무 살 가까운 자녀의 교육기회를 돈으로 사는 꼴이 되니 자녀의 미래가 걱정된다.  

교육은 과정이 중요한데,‘스펙 매매’는 과정은 무시한 채 결과만을 중시하는 악의 악이다. 이렇듯 문제가 큰 대입제도를 개선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불합리한 제도를 유지함으로써 누가 이익을 얻는가? 일반적으로, 수시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중도탈락이 적다는 이유가 먹혀든 것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 충원이 어려운 시기에 중도탈락은 대학으로서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당국은 중도탈락 가능성을 저울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교육기회균등이란 귀속적 요인이 아니라 성취적 요인에 의해 교육의 기회가 공정하게 제공되는 것을 말한다. 귀속적 요인이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SES), 출생 및 거주지·성(性)과 같은 요인으로, 학생의 능력이나 노력·동기 등과 무관한 것이다. 투입 단계에서 귀속적 요인이 작용해서는 교육기회가 균등하다고 할 수 없다. ‘스펙 매매’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의해 교육기회가 결정되는 것으로, 교육기회의 불평등에 상응한다.

‘스펙’을 요구하는 대입 전형 요소는 이제부터라도 손을 봐야 한다.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에 교실 밖으로 나가서 경쟁적으로 ‘스펙’과의 전쟁(?)을 벌이는 것이 과연 옳은지 고민해야 한다. 자녀를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려는 부모의 욕망으로 자녀의 시간과 능력 이상의 것을 대리인에게 돈을 주고 사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고, 범죄행위의 일종이다. 성장하는 시기에 부모가 서슴없이 자행하는 범죄행위를 목격한 학생은 성인이 되어서는 더 큰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기나 하는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스펙’은 부모의 입장에서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지만, 교육적으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대학은 지나치지 않은 범위에서 학생 스스로 할 수 있는‘경험학습’을 요구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폐지 또는 대체하는 것이 답이다. 새 정부의 근본적인 대입제도 개선을 촉구한다.


기사제공 : 주간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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