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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대한민국의 PISA 성적과 그 교육적 함의(含意)
기사입력 2021-09-03 오후 5:16:00 | 최종수정 2021-09-03 17:16   

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PISA는 국가 간 학력을 비교하는 권위 있는 평가지표다. 이 시험은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가 주최하여 3년마다 실행이 되고 있다. 15세 학생의 읽기, 수학, 과학적 소양, 협업 능력을 측정하여 교육환경 변인과 성취도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과거 PISA 2015까지는 읽기, 수학, 과학적 소양만을 측정했다. 하지만 PISA 2018에서는 협업과 관련된 문제를 추가했다. 그런데 지나치게 인지적 능력에 치우친다는 비판에 따라 2021 PISA에서는 창의력을 추가할 예정이다.


여기서 잠시 과거 대한민국의 PISA 성적을 되돌아보자. 교육부 도보자료 OECD 국제학업성취도 비교연구(PISA 2018) 결과에 의하면 2000년에 한국은 읽기 7, 수학 3, 과학 1위를 차지해 그 후 한동안 비교적 상위권을 유지해 왔지만 2012년부터 읽기 3~5, 수학 3~5, 과학 5~8위를 기록했고 2015년에는 읽기 4~9, 수학 6~9, 과학 9~14를 차지했다. 가장 최근인 2018년에는 PISA 회원국에 비회원국을 포함한 전체 79개국 중에서 읽기 6~11, 수학 5~9, 과학 6~10위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적이 한국 교육에 함의(含意)하는 바가 무엇인가?


OECD는 한국을 읽기 능력이 하락하는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PISA 2018은 읽기 능력을 읽기 즐거움’, ‘읽기 능력’, ‘읽기 어려움으로 나누고 이에 대한 지수를 산출하여 비교했다. 읽기 즐거움 지수는 읽을 때 태도를 알아보는 문항, 읽기 능력 지수는 자신을 유능한 독자라고 생각하는지를 알아보는 문항, 읽기 어려움 지수는 읽을 때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알아보는 문항이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OECD 평균보다 읽는 것을 즐거워했지만 스스로 독해력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특히 신문, 잡지 등 시사성 있고 논리적인 글보다 소설을 더 많이 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평가 분석에 최근에는 PISA 읽기 능력을 새롭게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PISA 성취도 평가의 최강자인 핀란드의 경우를 들어보자. 핀란드는 지난 수 세기 동안 훌륭한 문해력(literacy) 국가로 알려져 왔지만 현재 핀란드 청소년들은 읽기를 즐겨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문해력 수준이 낮아졌다기보다 사회변동에 따라 청소년들의 읽기 취향이나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전 세대가 인쇄된 책과 잡지를 선호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끊임없이 온라인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SNS에 사진을 올리며 자신의 의견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2016년 핀란드는 교육과정의 혁신을 도모하였다. 언어, 시각자료, 오디오 몸짓, 공간 등 복합적인 의사소통(Communication)정보를 이해하고 생산하며 평가하는 다중문해력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는 결국 읽기 능력을 평가할 때는 전통적 인쇄물 외에 다른 목적, 동기, 형식, 플랫폼을 가진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로 확대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만큼 문해력은 모든 학습의 기초 능력이므로 이대로 방관할 수 없으며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읽기 평가에서 주로 주어진 지문을 읽고 정보를 파악하는 유형이다. 하지만 PISA 읽기 시험은 복수의 읽기 자료를 읽고 정보를 발견, 비교, 대조, 통합하는 능력을 측정한다. 이런 유형의 문제는 비판적 창의적 사고에 더욱 충실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직시하게 된다. 첫째, 우리 학생들은 보편적인 사고 기술이 부족하다. 이는 교과에 따른 교육 내용, 주제, 문제와 상관없이 보편적 사고를 기르는 교육의 결여에서 나온다. 둘째, 학습해야 할 개념적 지식이 부족하다. 이는 초등학교에서의 평가와 맥을 같이 한다. 최근에 국어 수업이 지나치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지침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음에 주목하게 된다. 즉 책에 소개된 지식이 실제로는 장기기억으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그것은 단적으로 독서보다는 유튜브를 시청하는 등 SNS 활동 시간이 늘어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의 미래교육학자인 마크 프렌스키(Marc Prensky)는 이런 세대를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s)이라 부른다. 그는 디지털 원주민들이 멀티태스킹이나 자료를 신속하게 수집하여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평가에는 이중성이 내포되어 있다. 같은 텍스트라 해도 책으로 읽는 것과 웹(web)으로 읽는 것은 정보의 습득 방식과 결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책에 있는 글은 분명하고 정적인 공간 배치를 이루지만 웹의 글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인터넷을 자주 이용하는 청소년일수록 텍스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결국 디지털 읽기는 학습과 기억에 부정적이며 글을 읽는 끈기를 길러주지 못한다. 이것이 디지털 강국인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읽기 능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현재 국내 교육계는 PISA 성적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린다. 필자는 일방적인 평가는 재고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우리는 학습의 질 보다는 지나친 학습의 양에 의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PISA에서 평균 점수는 높은 편이지만 최상위권 학생의 비율은 현격하게 낮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PISA 성적을 진지하게 해석하여 지식과 학력이 추락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어 적절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 2019년에 PISA에 따른 OECD 국가 간 비교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학생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OECD 평균보다 낮지만 2015년과 비교하면 상승했고 OECD 평균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극히 근시안적이고 당혹스럽다. 왜냐면 이런 분석은 역량 교육에 따른 지식 격차 및 학력 격차 심화 문제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또한 늘 바뀌는 주관적인 심리상태인 개인적 만족도가 마치 학생들의 전반적인 삶이 개선된 것으로 착시현상을 유발한다. 서구에서는 이를 아시아 학생 패러독스라 지칭한다.


이제 우리 교육은 PISA 성적의 저하가 가져다주는 의미를 정확하게 재인식해야 한다. 지나치게 역량 강화에만 교육의 목표를 설정하고 지식을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구성주의적 교육관에만 몰두하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오히려 개념적 지식, 핵심지식을 교육과정에 적극 반영하여 21세기 교육혁신을 이루어나가야 한다. 이는 현재 선진국들이 추구하는 교육과제이기도 하다. 하물며 교육입국을 지향하는 우리는 말해 무엇이랴. 그래서 국가백년대계인 교육 정책은 우리에게 그만큼 남다를 수밖에 없는 과업이기도 하다.

기사제공 : 월간교육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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