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2020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에서 교육에서의 불공정을 해결하겠다며 정시 비중을 상향하겠다는 발언이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지난 9월 “수시와 정시 비율이 조정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오해이고 확대 해석이다. 정시확대는 논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한 것과 상반된다.
교육부는 시정연설과 관련해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의 쏠림이 심각한 대학들, 특히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 대해서는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확대될 수 있도록 협의해 왔다”며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11월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은혜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시 확대 시기에 대해 “2022년도부터는 30% 이상을 정시 수능으로 선발하도록 작년에 발표한 바 있다”고 답변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 개편 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에 따르면,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현행(2019학년도 수능 전형 기준 20.7%·전체 정시전형 23.8%)보다 확대하기로 하고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대학에 권고했었다.
서유미 차관보도 23일 기자단 오찬에서 “2022년부터는 30% 이상 확대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대학이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비율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시도교육감들과 전교조, 교총, 사교육걱정 등 교육단체들은 공교육 정상화가 아닌 퇴행이라며 정시 확대 기조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은 “교육부가 학교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이유로 정시확대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해 놓고선, 정시 비율을 확대하려 한다”며 “학생부와 입시 과정에 대한 공정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수능은 2015개정교육과정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으며, 정시 확대는 주입식 경쟁교육으로 이어져 교육현장을 황폐화 시킬 우려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장 교육감은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 수시 모집을 보완 발전시켜줄 것을 당부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실현 가능성에 대해 지적하며, 공교육 정상화에 초점을 맞출 것을 강력히 지적했다. 전교조는 “정부의 임기 내에 불가능한 대입제도 개편 논의를 언급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으며 실효성이 없다. 대학입시 제도는 예측 가능해야 한다. 교육적 관점에서 수능 30% 확대는 대단히 부적절한 결정이었지만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도출된 결론이기에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교조는 “정부 부처 간 정책적 엇박자가 나는 일은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현재 입시 제도의 불공정한 측면을 개선하고 특권층의 비리와 불법을 엄벌하기 위한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학생‧학부모 등 교육현장의 혼란과 혼선만 초래한다.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대입제도 개편 논의가 정시 확대 입장으로 또 다시 급선회하는 것은 교육에 대한 정치 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기존 제도의 안정적 추진에 주력할 것을 당부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정시 비중을 확대해도 수혜를 입는 계층은 고소득층이 될 것이다. 특권 대물림 교육 중단을 위한 방안으로 매우 부적절하다”며 사교육 확대, 고교학점제 안착 적신호 등 문제점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좋은교사운동, 실천교육교사모임 등은 정시 확대 발언 철회를 요구하며, 수능·내신 절대평가방안, 자격고사 도입 등과 같은 획기적인 개혁안과 토의·토론 수업, 탐구 수업 등을 촉진할 수 있는 논서술형 수능이 포함된 근본적인 교육개혁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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