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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강릉원주대 명예교수)

자녀는 어릴 때부터 부모, 특히 어머니의 표정이나 말, 태도, 기대, 감촉을 통해 부모의 언행을 모방하고 자신의 자아상 형성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어머니는 자녀가 가장 자주 그리고 장기간 접촉하는 부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녀는 성장 후 자신에게서 싫어하는 부모의 모습까지도 발견하게 된다. 부모의 특성을 내면화하는 동일시 과정에서 그들의 왜곡된 자아상도 수용하기 때문이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딸이 나중에 자기도 모르는 새에 엄마처럼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가 어렸을 때에는 부모의 영향력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 작고 연약한 아이의 눈에는 부모가 실제보다 훨씬 강하고 눈부시며 거인처럼 보일 수 있다. 유년기의 어머니상이 힘과 위안을 주면 자녀가 진정한 자아상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만 불편과 불안을 야기하면 왜곡된 자아상을 부추긴다. 우리들 대부분은 기쁠 때나 슬플 때 어머니상이 우리에게 잠재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의식하지 못한다. 무력한 유년기에는 생존에 대한 본능 때문에 부모 대한 실상과 환상이 결합되어 그 형상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금지나 제지와 같은 부정적인 면에 더욱 민감하여 그 측면이 확대되어 보일 수 있다.

<이하는 월간 교육평론 7월호에 게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