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인간의 삶에 3(三)이란 숫자는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흘을 굶으면 담을 넘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말은 인간의 생명에 인내의 시간적 한계를 드러낸다. 연초(年初)에 세운 의지가 3일이면 흐지부지하게 된다는 작심심일(作心三日)도 있다. 더 나아가 3년은 인류 역사의 대전환을 이끈 시간이다. 3년의 공(公)생활 기간에 수많은 기적과 사랑으로 인류를 구원한 예수의 삶이 그것이다. 이처럼 인간사(事)의 성패를 좌우하는 숫자 3의 교훈은 그밖에도 무수히 많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맹자의 제자가 스승에게 “스승님, 하나라 걸(桀)임금과 은나라 주임금은 어째서 천하를 잃었습니까?”라고 묻자 맹자는 그들이 폭정을 행하여 백성을 짐승처럼 부려서 민심을 잃고 결국 천하를 잃었음을 상기시키고 천하를 얻으려면 백성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며 “이것은 병을 치료하는 약과 같다. 예컨대 어떤 사람의 병이 칠 년이 되었다면 삼 년 묵은 쑥을 써서 치료해야 비로소 효험을 볼 수 있다. 쑥은 오래 말리면 말릴수록 약성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어진 정치 또한 이와 같다. 평상시에 백성의 삶에 관심도 성의도 없던 군주가 갑작스럽게 어찌 백성의 지지를 얻어 천하를 얻을 수 있겠는가. 천하를 얻고자 하는 군주라면 칠 년 된 병을 다스릴 삼 년 묵은 쑥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의혹에 찬 제자에게 강조해 말했다. 여기서 삼년지애(三年之艾)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삼년지애는 큰일을 도모하려면 반드시 긴 안목을 갖고 많은 시간과 열정을 들여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작심삼일이나 작심석달로 끝나지 않고 3년의 긴 안목으로 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가 당장의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을 때, 고개를 들어 멀리 바라보며 새로운 세계를 꿈꾸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창의적인 사고와 창의적인 삶이다. 그럼 그 창의성은 어디서 나올까? 바로 독서와 사색이다. 일찍이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 했다. 이처럼 독서와 사색은 동전의 양면처럼 창의적인 사고와 창의적인 결과물의 원천이다. 문제는 분주한 일상과 공부를 핑계로 독서하고 사색할 시간이 없다는 데 있다. 여기선 삼여독서(三餘讀書)의 지혜를 빌릴 수 있다.
삼여독서(三餘讀書), 세 가지 남는 시간을 이용해 독서하라는 교훈이다. 삼여는 바쁜 일상생활 중에 만나는 여유로운 시간을 말한다. “겨울은 일 년 중에서 남는 시간이요, 밤은 하루 중에서 남는 시간이요, 비가 오는 날은 평소에 남는 시간이다. 이 ‘세 가지 남는 시간’, 즉 삼여(三餘)를 이용하면 되는데 어찌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대는가.” 이 말은 책이 가장 좋은 스승임을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과거 농경사회의 의식을 반영한 말이고 지금은 어떤 일에 종사하든 겨울, 밤, 비와 상관없이 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평소에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남는 시간(예컨대 주말, 이른 아침, 휴가(방학), 출퇴근(등하교) 시간, TV 보는 시간 등)을 활용해 독서하고 사색하는 지혜로 삼을 수 있다.
삼년지애와 삼여독서, 신학년도의 출발과 더불어 더 없이 소중한 교훈이다. 우리는 각각 3년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다. 바로 예로부터 인생의 황금기라 말하며 꿈과 희망과 목표가 피를 용솟음치게 하는 청춘의 시기다. 학교는 3년의 배움을 교육과정에 담는다. 그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하루살이의 조바심을 버리고 삼 년 묵은 쑥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미래 세대들을 인내와 끈기로써 가르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무엇보다도 세상을 향한 안목을 넓히도록 일상의 학교생활에서 성실한 학습과 더불어 틈틈이 삼여를 찾아 독서하고 사색하며 생각의 힘을 키워야 한다. “3년이면 서당개도 풍월을 읊는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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