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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우리 앞에는 미래사회의 모습으로 메타버스(Metaverse)라 부르는 디지털 가상세계가 다가와 어서 탑승할 것을 권하는 기사와 뉴스가 회자(膾炙)되고 있다. Metaverse라는 말은 1992년 미국 소설가 닐 스티븐슨이 공상과학소설 『스노우 크레쉬』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가상/초월을 의미하는 ‘Meta’와 세계/우주를 의미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가상공간이 완전히 결합한 초연결/초실감 디지털 세계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극도의 몰입감과 현장감을 제공하는 환경을 의미한다.

스티븐슨은 당시에 30년 후에 펼쳐질 미래 현상을 상상했다. 그런데 그 미래가 현실이 된 지금, 각종 산업 생태계에는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진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과거의 전통적 질서가 파괴되고 현실 세계의 권위는 수직적 질서가 아닌 수평적 구조로 재정립되고, 학력이나 인맥보다는 투명한 실력이 우선하는 세계로 급변하고 있다.

미국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는 ‘Metaverse Roadmap Overview’ 리포트를 통해 “메타버스는 융합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적으로 확장된 물리적 현실과 가상공간의 융합이다. 그리고 이용자가 그것을 경험할 때는 동시에 혼재되어 나타난다”라고 말하고 있다. ASF는 메타버스 세상을 크게 4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전혀 다른 신세계의 가상세계(Virtual World)이다. 둘째, 현실 세계를 거울에 비추듯이 메타버스 안에 구현해서 더 효율적으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도록 가상세계에 그대로 옮겨 놓은 거울세계(Mirror World)이다. 셋째, 실제 세계에 인위적인 컴퓨터 그래픽 영상을 삽입하여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혼합하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다. 넷째, 사람과 사물의 일상적인 경험과 정보를 저장하고 기록하는 라이프로깅(Lifelogging)이다.

이러한 놀라운 디지털 세상의 이면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변화와 혁신의 초창기엔 온통 긍정적인 측면만을 전부인 양 부각시킨다. 예컨대 인공지능(AI)이 기술혁신을 주도하며 출발한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IT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메타버스가 MZ세대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산업과 금융계는 이에 주목하여 플랫폼을 줄줄이 내놓고 있고 여기에 탑승하라고 재촉한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에서 이 메타버스 종목이 상종가다. 여기에 편승하여 우리 은행권과 대기업들도 새 메타버스 플랫폼을 출시한다고 서로 경쟁하고 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미래를 주도할 메타버스에 우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IT 권력의 노예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세상사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코비드-19가 대면(Off line)과 비대면(On line)으로 적절한 조화와 균형을 요구하듯이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 교육도 IT 기술에의 지나친 의존과 맹신, 디지털 세계에 대한 맹목적인 도전과 용기만이 전부는 아니다. 여기엔 아날로그 방식의 인간적인 문화와 적절히 융합하도록 순화시켜야 한다. 르네상스가 유럽의 신 중심의 중세 문화를 인간중심의 문화로 혁신했듯이 말이다. 그래야 마찰음이 나는 기계의 디지털 세상에서 인간과 인간의 상호접촉과 교류에 의해 인정이 살아있는 삶이 동행할 수 있다.

이제 우리 사회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했고 그 이후 세대인 X-세대가 현재 사회 전반을 주도하면서 많은 갈등과 부작용을 낳고 있다. 여기에 밀레니엄세대와 그 이후의 MZ세대가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며 각 분야에 걸쳐 개혁을 실행할 것이다. 그들에게 편향된 디지털 세계, 무조건적으로 메타버스에의 탑승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세상, 휴머니즘이 주도하는 아날로그 세상도 함께 해야 한다. 이것이 용기와 절제가 함께하는 우리 시대 청소년 교육의 과업, 경계 학습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