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지식이 이동하지 않는 짐(load)이 되고 일상생활에서 활용되지 못한다면? 이에 대한 답은 바로 오늘날 우리 청소년 교육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왜냐면 그들이 공부하면서 부딪히는 대부분의 문제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수업에서 질문하면 즉시 지식을 털어 내놓는 학생을 유능한 학생이라고 믿는다. 이는 교사가 학생의 학습활동과 능력을 단편적으로 평가하는 대표적인 예다. 이런 교육은 학생의 의식과 흥미에서 벗어나게 되어 지식을 얻는 일이 싫증을 유발하고 단지 지식을 위한 지식이 되고 마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다면 학생에게 필요한 지식이란 무엇일까? 지식은 정신생활의 한 부분이고 생각에 열중하게 하며 흥미와 열정을 불러일으키게 될 때만 진정한 지식이라 할 수 있다. 지식이 많은 사람일수록 새로운 지식을 더욱 쉽게 얻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학생들을 보라. 해가 갈수록 학생들은 공부를 더 어려워한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바람직한 지식은 최종 목적이 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수단, 도구가 되어야 한다. 이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학습활동을 하면서, 평가라는 과정에서, 학생 사이의 관계에서 활기를 띠도록 만든다. 또한 빨리 성장, 발전하고 언제나 중단 없이 진행되는 정신적 풍요로움을 교류하면서 활기를 띠게 해준다.
이런 바람직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 저학년에서는 어휘(단어)가 지식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이는 사고력과 현실 세계에 대한 인식이 단어를 통해 표현되고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는 아이들이 전에 몰랐던 것, 성장하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더 많이 알려준다. 이처럼 아이들은 관찰하고 생생한 직관과 단어로 인식(認識)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지식이 아이의 인식 발전에 방해가 되는 죽은 것, 움직이지 않는 짐이 되는 것이다. 현재의 우리 교육이 바로 이렇다. 쓸모없는 지식 교육이 결국 교육의 무용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러시아의 교육사상가 바실리 수호믈린스키는 <선생님들에게 드리는 100가지 제안>에서 말했다. 좋은 교사는 학습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암기가 아니라, 단어로 생각하고 생생한 창작을 하며 물체와 사물, 현상, 주변 세계를 인식하도록 교육한다. 여기에 더해 그것들 사이의 섬세한 색채를 느끼게 하고 그 색채를 심화시키는 것을 교육목표로 설정한다. 예컨대 가을철에 아이를 데리고 과수원에 간다고 하자. 부드러운 햇볕은 대지를 덥혀주고 나무들은 갖가지 색깔로 산뜻하게 단장돼 있다. 이때 황금 들판이 출렁이는 가을에 대해, 모든 생물들이 지루하고도 추운 겨울을 어떻게 지낼 준비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해 준다. 그런데 단어가 아이의 머리와 마음속에서 적극적인 힘이 되도록 하지 않는다면 세계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설명이 아이의 머릿속에 쌓이게만 함으로써 지식의 창고로 만들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들은 말을 그대로 따라 하지 않는다. 즉 교사가 한 말과 사상이 아이들의 의식 속에서 변하게 된다. 아이들은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생각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인식 가운데서 쾌락을 누린다. 만약 이런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아이들이 새로운 단어에 대한 무관심, 무감각한 수업이 진행되는 이유다.
교사는 학생이 스스로 쌓은 지식을 기본으로 새로운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려면 교사는 그들의 지적 수준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교사의 설명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지식 창고의 어느 곳에서 자신이 저장한 정보를 이용하는지를 관찰하여 끊어진 생각의 지점을 찾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처럼 지식은 활용해야 그 다음 단계로 발전하게 된다. 이것이 살아있는 지식을 찾아 가르쳐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이자 또한 소중한 학습지도의 원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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