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이해(理解)란 무엇인가? 사물에 대한 이해란 사물의 본질, 실체, 구조, 작동원리에 대한 앎을 말한다. 또한 인간관계에서 사용하는 이해는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임’이라 정의할 수 있다. 철학적 의미에선 ‘더 많이 알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암기, 복습, 필기, 수업, 시험, 탐색, 지식, 토론.... 개인적인 학습의 경험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것이다. 그중에서 이해가 공부에 미치는 영향과 즐거움을 빠뜨릴 수 있을까? 결국 공부에서의 이해는 앎과 받아들임, 노력, 즐거움의 조합이라 할 것이다. 오늘날 현대인은 평생학습의 시대를 살아야 한다. 아니 인간은 죽어서도 ‘현고 학생 아무개 부군 신위’ 라는 학생의 신분을 유지하는 것이 운명이다. 따라서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동반자이자 기쁨의 원천인 이해는 인간의 삶에 즐거운 선물이라 할 수 있다.
현시대는 배움에 있어 인간의 위상이 점차로 위기에 처해 가고 있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학습자라는 자리를 내주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는 배움이란 과정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존재, 바로 인간처럼 학습하고 또한 인간보다 훨씬 빠르다는 컴퓨터 시스템에 연유하고 있다. 이제 기계를 상대로 인간이 이길 기회는 더 이상 없다. 인간과 기계의 경쟁에서 이세돌이 알파고를 상대로 거둔 1승이 전무후무한 역사가 될지도 모른다.
세상에 공부법에 대한 책은 넘치고 넘친다. 여기엔 교수법이나 교육학에 기초한 책도 있고, 각기 다른 교육체계나 교육철학을 따르는 책도 있다. 그만큼 배움이란 다양한 것이다. 하지만 절대 특별한 기술은 아니다. 실제로 모든 동물은 배울 수 있다. 그러나 무언가를 이해할 수 있는 존재는 우리 인간뿐이다. 인간은 누구든 뭔가를 이해하고, 바꾸고, 원인과 효과를 알아내고, 새로운 것을 만들고, 기존 이론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무언가를 이해한 사람은 그것을 이해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해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머릿속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저장한 지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해란 예측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인간에게만 주어진 기술이다. 그래서 이해가 배움보다 훨씬 중요하다.
한편, 인간의 뇌는 생각보다 부지런하고 또 생각보다 게으르다. 그런데 매우 똑똑하지만 생각보다 함정에 자주 빠진다. 그래서 우리는 보지 않은 것도 보았다고 착각하거나 본 것도 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계속 들여다보던 내용을 도무지 깨우치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아르키메데스처럼 “유레카!”를 외치기도 한다. 인유인즉 뇌가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뇌에 저장된 정보를 가장 잘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 다음 저장한다면 공부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결론이다.
괴테는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것을 응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응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이젠 학교 교육에서 이해에 대한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스스로 이해하고 타인도 이해시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인지적 기술’을 배우게 될 것이다. 지식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습득하고 배우는지 알게 되면 이를 의미 있게 사용할 것이다. 이해란 좋은 아이디어와 의사결정능력을 기르는 학교 교육 최고의 기반이다.
우리는 외운 내용을 까먹어도 이해한 내용은 다시 이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무언가를 이해한다 혹은 이해했다는 건 배운 내용을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든 응용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배움의 궁극적 목표다. 그래서 암기 위주의 교육은 이제 수명이 다했다. 이를 거스르는 것은 창조주의 인간에 대한 특혜에 배신하는 것이다. 학교 교육은 곧 이해 과정을 북돋아주는 것이어야 한다. 여기서 학습자의 진정한 공부의 즐거움이 뿜어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해! 진정으로 인간에게 공부의 즐거움이자 아르키메데스의 환성 ‘유레카(Eureka)’를 선물하는 신의 최고의 은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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