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이건 원격 수업이 아니라 방치다.” “주 3회 전화 수업을 하라.” “학부모가 출석 체크하고, 과제와 숙제를 봐주는 동안 교사들은 대체 뭘 하고 있나.” “실시간 수업을 해라.” (……) 이는 일부 학부모들이 청와대 국민 청원 사이트에 교사의 원격수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내용으로 큰 호응을 얻은 것이다. 그동안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내제하던 갈등이 코로나19 사태로 폭발한 단적인 사례이다. 그뿐인가. 교사는 교육 당국으로부터 무조건 실시간 수업을 실행하고, 조회와 종례를 의무화하라며 학부모의 민원을 반영하여 압박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면초가에 몰린 교사는 교육 전문가로서의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현실적으로 원격수업(온라인 수업)은 대면수업(오프라인 수업)보다 기술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또한 학생들의 학습 상황을 즉각적으로 점검하기도 어렵다. 원격수업과 관련된 민원의 주된 원인은 부모가 자녀의 학습 상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에서 생기는 걱정과 불만의 소치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교육 수요자의 입장만 부각하여 일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교사가 맡은 바 책임을 다하기 위해 교육에 대한 권한, 즉 교육권이 있어야 하듯이 학생의 교육 상황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기 위해 학부모에게도 교육 참여권이 필요하다. 그래서 ‘교사와 학부모는 교육의 협력자다’라는 말이 당연하게 들린다.
2020년 한 해 동안의 비대면 수업의 경험을 통해서 드러난 바로는 온라인 수업에 대한 학부모의 가장 큰 불만은 교사의 수업 방식보다는 과제에 대한 교사의 피드백과 교사와 가정 사이의 소통이 부재하다는 사실이다. 원격 수업이 계속 이어지면서 학생들은 고립되고, 교사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져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학부모의 지나친 요구와 간섭, 갈등으로 이어져 교사에겐 교권 침해 사태까지 악화된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는 교사의 성찰과 자성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적법하게 이루어지는 교사의 모든 교육 활동은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교사는 어떻게 해야 교육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첫째, 교사의 교육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원격 수업이라는 수업 시간은 온전히 교사와 학생들만이 상호 작용하는 시공간이며 교권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임을 설명하고 최소한의 독립적인 공간과 시간을 가정 내에서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 둘째,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먼저 다가가서 소통해야 한다. 즉 교사가 학부모와의 소통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주기적으로 학생의 학습 상황과 과제 수행에 대한 피드백을 문자나 전화로 알리는 것을 포함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원격 수업에 대한 강성 민원이나 부당한 간섭을 예방할 수 있다. 셋째, 학부모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세계적인 교육석학이자 학교의 교장이며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빛나야 한다』의 저자인 바실리 수호믈린스키는 “아동의 발달 과정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는 교사들이 자녀 양육에 있어 부모들에게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고 단언하였다. 학부모 교육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임으로써 교사의 교육적 철학과 실천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교사의 적극적인 소통이 때로는 원치 않는 민원의 소지가 되는 시대다. 하지만 교사가 무슨 일을 하든 불만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교사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좋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은 우리 교육에 고무적이다. 밴드나 카톡, 각종 SNS를 통한 학부모와의 소통은 원격 수업의 시대에 교사가 학부모와의 갈등을 줄이고 학부모의 신뢰를 높이며 결국 교사의 수고도 덜 수 있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교사가 교육 전문가로서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처방이자 관계를 통한 교육의 실현임을 제언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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