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교감
얼마 전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한 책 『90년생이 온다』가 세간에 화제였다. 이는 저자가 1990년대에 태어난 기업의 신입사원들과 교류한 경험을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은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고, 그들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만큼 이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신세대라는 방증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1990년대생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새로운 세대군을 형성했다. 이들은 소위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라 명명되기도 한다. 실제로 1980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은 그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특성을 갖고 있으며, 미국 사회는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의문을 가지고 접근한 또 다른 책 『밀레니얼 선언』은 1988년생인 저자가 동세대의 눈으로, 그것도 매우 비판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저자는 “스스로의 자아를 쌓아나갈 기회를 구조적으로 박탈당해온 아이들이 미국을 곧 이끌게 된다”고 주장한다. 과잉 경쟁에 내몰리고, 학자금 대출에 허리가 휘며, 무급 인턴이라는 착취에 노동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은 지금 불안한 마음으로 우울증 약을 삼키고 있는 중이라는 주장에 필자는 이것이 우리의 젊은이들의 현실이기도 하다는 불안과 염려를 떨쳐버리기 어렵다.
그렇다. 1990년대에 태어난 한국의 젊은 세대는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처럼 팍팍한 현실에 내몰리고 있다. 바쁜 아이들은 놀지 못했다. 놀 수 없는 아이들은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놀아야 할 시간을 밀어내고 대신 문제 해결 훈련을 하며 성장한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이 사회에 반응을 보일 것인가. 그들에게 생산량을 얼마나 많이 뽑아내느냐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성세대는 이제 그들이 어떤 아이로 드러날지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우리는 그들에 대한 수많은 우려에 봉착한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대학만 가면 행복해질까. 그들에겐 더 큰 족쇄가 기다리고 있다. 학자금 대출과 일자리이다. 그들은 “역사상 가장 많은 빚을 짊어지고 있으면서도 그 부채에서 벗어나게 해 줄 듬직한 일자리는 찾을 수 없는 세대”인 것이다. 나쁜 일자리는 더욱 나빠지고 좋은 일자리는 더욱 좋아지며 그 중간은 사라지는 ‘양극화’ 사회는 그들에게 무한 경쟁과 무한 노동을 요구하고 있다. 알고리즘과 빅데이터에 기반 한 상호작용에 크게 의존하게 된 시대를 살고 있는 그들은 “업그레이드 할 때만 꺼지는 스마트폰처럼 그렇게 하루 24시간 일주일에 7일씩 켜져 있는 상태”로 살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의학적 처방에 의존하고 있는 것 또한 불편한 진실이다.
이와 같은 현상의 배후에는 어릴 적 아이들이 부모와 학교로부터 사사건건 감시당하고 통제받아 왔다는 사실이다. 경쟁적으로 학습량을 늘린 탓에 너무 많아진 숙제는 과도한 노동이 됐다. 한 칼럼니스트는 이렇게 지적한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하다가 집에 와서 또 네댓 시간씩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직장에서 이런 식의 잔업을 계속 요구한다면 당신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왜 생겼는지 이해할 수 있다.
두 저자의 시니컬한 분석은 충격적이다. 우리 사회가 미국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왜냐면 미국은 모든 분야에서 우리의 모델이 되고 있기에 그렇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아직은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거대한 모순 구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역시 또 다른 밀레니얼 세대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제안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을 수밖에 없다. “대화하자. 돌아다니며 만나자. 어딘가에서. 어떻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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