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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종

공주대학교 겸임교수

사회교육학박사

우리는 교육을 전문적 영역이라고 이야기하고 교원을 전문직이라고 명명하면서도 국민 모두가 교육에 대해서만큼은 한 마디씩 하는 교육전문가가 되어있는 역설적 위치에 있다. 최근 학교 폭력, 교권 침해, 학부모 악성 민원 등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지난 8월초 국회에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을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로써 이미 개정된 아동복지법(2018.11.23.), 교원지위법(2019.3.28.) 등에 이어 이번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으로 ‘교권 3법’ 개정이 완료됐다. 소위 교권 3법은 우리 사회와 학교에서 그동안 가장 존중돼야 할 교권이 침해․침탈돼 왔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반증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넘지 못 한다’고 이야기한다. 교육의 주체는 교원, 특히 교사다. 교사들은 교육의 핵심이고 교육의 질을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교사야말로 교육의 핵심인 것이다.

교사의 본분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수업이다. 수업은 교사의 생명과 같은 것이다. 좋은 교사, 훌륭한 교사는 우선 수업을 잘 하는 교사다. 수업을 잘 하는 교사는 단위 시간에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지식을 넣어주는 교사가 아니라, 학생들이 학습 목표와 내용을 잘 알고 적극 참여하도록 북돋워주는 교사다.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의 수업 문화, 수업장학의 문화가 변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수업의 본질을 학생 스스로 하도록 지원하는 수업 문화의 본질 회목운동이기도 하다. 교육계의 수업 장학 문제 중 하나가 ‘아는 것’과 ‘주는 것’이 불균형을 이루는 수업 장학 문화이다. 유능한 교사는 두 가지 ‘것’을 구비한다. ‘아는 것’과 ‘주는 것’이다. ‘아는 것’이란 교과 교육 관련 내용, 방법, 상황(학생, 교육과정, 사회적 맥락) 등에 대한 지식 즉 암묵지(暗黙知)를 말한다. ‘주는 것’이란 이러한 지식을 학생에게 직․간접적으로 전달, 제공, 촉진 및 공유하는 방법에 대한 지식 즉 실천지(實踐知)를 말한다. 교사의 수업 중 중요한 것이 아는 것과 주는 것의 균형이다. 암묵지와 실천지의 중요성이 아주 중요하다.

또한 수업에서 훌륭한 교사는 경청자이다. 교사는 가르치기에 앞서 학생들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들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가르치기보다는 깨우치기를, 간섭하기보다는 참여하기를, 주도하기보다는 협력하기를, 독식하기보다는 공유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교사가 되려면, 첫째, 가급적 말을 줄여야 한다. 주로 학생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의 제안과 견해를 존중하고, 적절히 반응을 해야 한다. 둘째, 듣기 도중에 학생의 말을 가로채지 말고, 끝까지 들어야 한다. 학생의 발표 내용이나 의도를 다 안다는 가정 하에 중도에 대화를 중단시키거나 가로채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논박을 삼가고, 긍정적으로 지지하는 태도를 갖는다. 학생의 의견에 대해 논박하는 태도를 삼가고, 가급적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격려를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넷째, 요점을 정리하면서 경청한다. 핵심 정보와 뒷받침 정보를 찾으면서 듣거나 그것을 그래픽 조직자로 정리하면서 듣는다. 다섯째, 책임을 공유한다. 모든 책임을 학생에게 전가하지 말고, 교사도 부분 참여자 혹은 구경꾼으로서 역할을 한다.

수업에서 교사는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하는 것도 좋으며, 학습 동기 유발에 각별한 관심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학생들의 동기 유발이 흥미로운 수업으로 승화되고 나아가 적극적인 수업 참여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학생의 학습 참여를 유도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업은 학생들의 지식, 기능, 능력, 가치․태도,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함양하는 주요한 활동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사의 주도적 역할인 수업은 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진솔한 상호작용이어야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 사회에 수업이 수업경연대회, 수업연구대회, 수업발표대회 등 변질된 보여주기식 수업으로 오도되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이와 같은 수업대회가 사라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도 우리 교육계에 남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수업이 잔존하고 있다.

모름지기 수업은 진솔해야 한다. 남에게 보여주는 수업도 지양해야 한다. 수업은 수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교사와 학생 간의 진솔한 의사소통이어야 한다. 다라서 수업은 교사가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다가가야 하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나아가 수업은 동기 유발이 잘 된 흥미로운 수업을 지향하는 것이 기본이다.

최근 우리 교육계에 교육 혁신의 흐름이 농후하지만, 진정한 교육 혁신은 수업 혁신에서 비롯돼야 한다. 진정으로 교육이 변화 내지 혁신되려면 우선 수업이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수업은 교사 혼자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들 간의 돈독한 상호작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