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린 서울교육감에게 바란다 - 오헌석 서울대교수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문용린 교육감이 취임한지도 벌써 2주가 되어 가고 계사년 새해도 밝았다. 서울시민들이 꿈꾸는 새해의 희망과 기대처럼 서울교육도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그동안 서울특별시 교육은 보수, 진보 진영을 막론하고 전임 교육감이 모두 구속되는 등 비리와 갈등으로 멍들어왔다. 120만 명의 학생, 2,200여개의 학교, 7만 4천명의 교원, 7조의 교육예산으로 운영되는 대한민국 교육의 상징인 서울은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최근 3년 내리 최하위권이었고, 학업성취도평가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7대 광역시중 가장 높고, 청렴도는 최하위이며, 교권침해 사례 또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불명예스러운 도시로 평가되고 있다. 더욱이 무상급식, 혁신학교, 교원 평가 등의 핵심 교육현안은 이념 대립의 장으로 끊임없는 갈등을 불러일으켜 왔다.
이러한 서울교육이 변화하기를 희망하는 서울시민들의 바램이 이번 선거의 결과이기에 문용린 교육감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행복교육, 안심교육을 기치로 교육의 본질회복, 신바람나는 교사, 서울 학습공동체 구축 등 큰 방향에서 제시되었던 교육공약들을 얼마나 무리없이 현장에 실천하고, 원 공약에서 한걸음 물러선 중학교 1학년 시험 폐지와 혁신학교 개선 등과 같은 쟁점 현안을 현장의 갈등을 최소하면서 어떻게 추진할지에 대해 신중한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이러한 상황을 헤처나가야 할 문용린 교육감에게 기대하는 몇 가지 바람을 제언한다.
첫째, 교육을 개선하려면 먼저 좋은 교육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행복교육, 안심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교사에게, 학생에게, 학부모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지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합의된 방향이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해지는 것이 학교교육의 궁극적인 목표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방향 자체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본교육에도 충실하지 못하고, 남을 배려하는 따듯한 마음 하나 가르치기 어려운 교육현실에서 행복을 이야기하는 것은 과욕이 아닌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에서 서로 다른 개혁의 언어를 쓰고서는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현장 교원이 이끌어가는 교육개혁의 실천이다. 문용린 교육감의 새로운 서울 교육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완성하는 것은 결국 현장의 교원이기에 2,000명이 넘는 교장과 교원이 변화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숙제이다. 세계 각국, 모든 지역의 교육개혁 중 성공한 교육개혁보다 실패한 교육개혁이 훨씬 많은 이유는 교육현장의 저항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이는 개혁과정에 교원이 동참하지 못하고 교원을 개혁대상으로 몰고 간데 기인하였다. 이념적 지향을 떠나 모든 교원단체와 협의하고 현장과 소통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셋째, 학교교육이 교육적으로 흥미있는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한다. 오늘날의 학교는 교과서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살균함으로써 ‘지루함의 왕국’으로 변질되었다고 비판되곤 한다.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 의문이다. 교육은 재미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재미가 없어도 알아야 하는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알아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할 수 있는 방법 또한 무수히 많다.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는 역사, 문화, 경제 뿐만 아니라 국어, 영어, 과학 그리고 수학도 그렇다. 왜 그렇게 재미없게 가르쳐지는 지 원인부터 찾아 새로운 방법을 현장에 도입해야 한다.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는 수업이 아이들에게 남겨주는 것은 많지 않다.
넷째, 체육과 예술교육의 중요성이다. 체육시간과 음악, 미술과 같은 예술 교육을 홀대하고 서울이 선진 도시가 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운동을 통해 정신을 맑게 하고 예술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시민이 선진시민이다. 예체능 교육에 대한 문교육감의 관심이 크기에 기대 또한 크다.
마지막으로 개혁의 속도이다. 문교육감의 임기는 내년 6월 30일까지다. 과욕은 또 다른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기에 지속적인 개혁이 일어나도록 체제를 갖춘다는 생각으로 서울 교육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끊임없는 개혁의 철학인 카이첸의 사고를 서울교육에 실천해야 한다. 교육에는 지름길도, 유토피아도, 묘책도 없으며 코끼리를 공중부양 시키는 마법의 날개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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