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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郭 승리 위해 희생한 사람, 파렴치범 매도 너무 분해”

“죄가 있다면 달게 받겠다. 그러나 남편(박명기 교수)은 돈을 목적으로 후보직 팔아넘긴 파렴치한이 아니다. 진보진영의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 사퇴한 남편을 이렇게 매도해도 되나. 1심판결은 너무나 억울하다. 우리가 세상물정을 너무 몰라 당한 것이다.”

박명기 전서울교대 교수에서 1심 법원은 징역3년에 추징금 2억 원을 선고했다. 곽교육감이 받은 벌금 3000만 원 형에 비하면 가혹한 중형이다.

박교수 부인 배모씨는 언론에 보낸 성명서에서 ‘곽노현 살리기 위해 박명기를 죽이는 최악의 판결이었다’며 재판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현재 박 교수 지지자들과 함께 구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그녀는 ‘부러진 화살’이란 영화처럼 허탈하고 참혹한 심경이라고 털어놨다.

인터뷰는 지난달 29일 박교수 자택근처에서 한시간 가량 진행됐다. 현직교사인 배씨의 의사에 따라 사진과 실명은 게재 않기로 했다.

- 예상과 달리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다.
“이번 재판은 곽노현 봐주기 재판이다. 재판부가 형평성을 잃었다. 한마디로 곽노현을 살리기 위해 박명기를 죽이는 판결이 나왔다.”

- 재판부가 왜 곽교육감만 감쌌다고 보나
“진보성향이 강한 재판부였는데 이들이 진보쪽 사람(곽 교육감, 박 교수) 둘 다를 가볍게 처벌할 경우 반대여론 심할 것을 우려해  꼼수를 부린 것이다. 박 교수에게 중형을 내림으로써 곽 교육감을 벌금형으로 풀어주는 데 따른 비판여론을 무마하려한 것 같다.”

- 주심을 맡은 김형두 판사에 대한 생각은.
“솔직히 처음엔 기대를 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결은 우리에게 부러진 화살로 돌아왔다. 스물다섯 차례 공판을 거치면서 객관성과 타당성이 검증된 충분한 증거를 제시했지만 묵살당했다. 오히려 곽 교육감측의 거짓 증언만을 수용하는 등 편파적으로 진행했다. 우리의 진실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변호인단이 약한 것 아닌가.
“누가 변호를 맡았다 해도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되는 재판을 바꿀 수는 없었을 것이다.”

- 박 교수가 말하고자 한 진실은 무엇인가.
“우리가 단일화를 먼저 제안한 게 아니다. 곽 교육감측이 진보진영 인사들을 앞세워 단일화를 요구해왔다. 곽 교육감은 후보시절 박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잃을 게 없지만 당신은 잃을 게 많지 않느냐’ 면서 협박을 하기도 했다. 내 남편은 돈을 뜯어내려고 교육감 후보직을 사퇴한 게 아니다. 진보진영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 한 것이다. 그런 남편을 파렴치한으로 몰아가는 것이 너무 분하다.”

- 대의를 위해서 였다면 돈을 받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세상물정 너무 몰랐다. 진보진영에서 단일화를 집요하게 요구 하길래 뭔가 책임을 져 줄 것으로 기대한 것이 잘못이었다. 결국 곽노현 한테 당하고 진보진영에 당했다. 그들은 자신의 목적이 달성된 순간 철저히 외면했다. 우리는 교육에만 갇혀있어 정치를 몰랐다. 결과적으로 지난 12년간 서울교육에 바친 남편의 열정은 무시되고 한순간 선거 사기꾼으로 전락해 버렸다.”

- 왜 후보를 사퇴했나. 돈이 없어 포기한 것 아닌가.
“기호 1번 이나 2번을 뽑았으면 사퇴 안 했다. 당시엔 번호만 잘 뽑으면 되는 로또선거 였다. 그런데 남편은 6번, 곽 교육감은 7번을 뽑았다. 남편은 둘 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완주를 하면 선거비 보전은 받을 자신이 있지만 둘다 떨어져 역사의 죄인의 되기 보다는 사퇴하는 것이 낫다며 나를 설득했다. 솔로몬 재판에 나온 어머니의 심정과 같은 마음이었 다.”

- 당시 여론조사에서 우위에 있는 박 교수를 제치고 진보진영이 곽 교육감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아시다시피 남편은 급진적 진보가 아니다. 중도 합리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때문에 당선되고 나면(급진 진보진영)그들의 업무를 맡기기에는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곽 교육감을 민 것이다. 이유는 그것 하나다.”

- 결국 박명기만 바보됐다는 생각이 든다.
“맞는 말이다. 단일화 해주고 고맙단 소리 한 번 못 들었다. 뺨만 맞은 꼴이됐다. 돌어온 건 (곽 교육감측으로터)푸대접과 냉대뿐이었다. 박 교수 지원 없이도 충분이 이길 수 있었다는 말을 들을 때는 기가 막혔다.”

- 곽 교육감이 원망스러운가.
“속상하고 억울하고 서운하다. 박명기는 돈이 없어 스스로 접었을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리는가 하면,  선거비용 내놓으라며 떼쓰고 자살소동 피우는 파렴치한으로 매도해 버렸다. 반면 자신은 선의로 2억 원이란 거금을 선뜻 내놓은 착한 피해자로 둔갑했으니... . 정말 단일화에 대한 고마움을 못느끼는 건지 알고도 모른척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 그래도 재판에서 곽 교육감을 심하게 공격하지는 않던데.
“이번 일은 공동사건이다. 곽 교육감의 죄가 가벼워야 우리도 가벼워진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양측 모두 전체적으로 형을 낮추야 한다는 전제 아래 어느 정도 헙조가 이뤄졌다. 그런데 1심 판결을 보고나서 또 배신당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분노가 치밀었다.”

- 항소심 전략은.
“1심에서는 곽 교육감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고 해서 협조했는데 2심에서는 그럴 처지가 아니다.  밝힐 것은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 이상 잃을게 없다. 솔직히 딜레마가 있다”

- 우리가 모르는 깜짝 놀랄 반전카드가 있나.
“나는 모른다. 그건 남편만이 안다. 하지만 지난번처럼 언론플레이에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을것이다.”

- 1심 판결 이후 곽 교육감측과 만난 적 있나.
“그쪽에서 만나자는 제의가 여러 번 있었다. 곽 교육감 사모님을 한 번 만나보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거절했다. 만나서 뭐 하겠나. 또 그분과 만난들 제 말을 들어주겠는가. 재판중에도 계속 만나자고 했지만 이용 당할 것 같아 안 만났다.“

- 박 교수의 경우 교육감 선거만 세 번을 출마했다. 교육위원 3선에 서울교대 총장선거까지, 선거병 아닌가.
“경제적 어려움을 많이 겪었지만 난 남편을 존경한다. 그이만큼 서울교육에 애정을 가진 사람도 드물다. 교육위원을 3번이나 지낸 사람이라면 교육감에 도전할 충분한 자격이 있지 않나. 교대 총장 선거에 나선다고 할 때는 말렸지만 주위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다. 선거를 치러보니 출마건 사퇴건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없더라.”

- 세상인심이 변하기 마련인데, 서운한 일은 없나.
“1심 판결 이후 오히려 후원자가 늘었다. 걱정해주고 용기를 심어주는 격려전화가 많이 온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주변에 많은 분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동정론도 있겠지만 곽 교육감에 대한 반감이 우리쪽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준 것 같다.”

- 지금 심경은.
“주위에서 사필귀정이니 전화위복, 새옹지마니 하는 말을 하지만 앞으로 어떤 인생이 펼쳐질 지 나도 궁금하다. 내 인생이 어떤 변화가 생길 지 두렵기 조차 하다. 내가 주도한 일은 아니지만 남편이 단일화를 왜 했는지 후회스럽고 원망스럽다. 단일화가 모든 화근이다. 하지만 남편은 똑같은 상황이 다시 돌아온다면 역시 이번에도 대의를 위해 단일화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한다. 서울구치소에 있는 남편에게 용기 잃지 말라는 편지를 매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