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월째 재직 중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르면 12월 2일 정기국회 종료 직후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돌발적 변수만 없다면 가장 유력한 시점으로 꼽힌다.
지난달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유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최근 교체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전언이다. 교육부 내부에서는 교체를 기정사실화 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사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유 장관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지사에 출마할 것이란 소문이 일찍부터 흘러나왔다.
특히 지난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경기도지사직을 사퇴하면서 급속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4월 총선 불출마로 한차례 ‘희생’한 바 있어 이번엔 기회를 줘야 한다는 동정론이 많다.
유 장관은 지난 10월 2일 취임 3주년을 맞았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어야 하는 시점이 됐다.
그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등 집중해야 할 과제를 잘 마친 후에 판단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지난 12일 교육부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다.
교육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11월 수능을 전후로 유 장관 현장 방문 동선을 주의깊게 보면 향후 진로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공직자인 그가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할 경우, 늦어도 2022년 2월 말까지 사퇴해야 한다.
◆섬세한 정치력·폭넓은 네트워킹 강점…메시지 빈약 평가도
유 장관은 드물게 교육부 내부 평가가 좋은 장관이다. 전직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교육부가 장관에게 빚이 많다”고 했다. 외풍으로부터 교육부를 든든하게 지켜냈고 섬세한 정치 감각으로 난제를 풀어나간 솜씨를 높이 평가했다.
무엇보다 청와대부터 각종 시민단체까지 폭넓은 네트워킹 능력을 첫손에 꼽았다. 한유총 사태 때에는 청와대는 물론 국세청 등 힘있는 기관들까지 끌어들여 총력전을 전개, 무기한 입학 연기라는 집단행동을 무력화시킨 바 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위기에서는 교직단체들의 협조를 이끌어내 동력을 확보하고 원격교육 대표 교사 1만명으로 구성된 '1만 커뮤니티'를 통해 현장 의견을 시시각각 수렴, 온라인 개학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역량을 발휘했다.
교육부에 차관보 자리를 신설한 것 역시 유 장관의 공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 조민, 김건희, 이재명 등 유력인사들의 논문 사건에는 여야의 예봉을 피하면서 절묘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고교 무상교육과 고교학점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2022 교육과정 개정 등 굵직한 정책들을 강단있게 밀어붙이는 점도 후한 점수를 받는다. 마지막 남은 과제는 전면 등교. 코로나 대전(大戰)을 진두지휘했던 유 장관으로서는 피날레를 장식할 회심의 카드가 아닐수 없다.
이같은 후한 평가와는 달리 교육에 대한 전문성과 메시지가 빈약하다는 비판은 그를 늘 따라다닌다.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변화가 교육부 내부 평가와 다른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 대표 사업들이 현장 연착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또한 부담이다.
하지만 섣부른 소신을 마구잡이 밀어붙이고 막말과 호통으로 전횡을 일삼았던 지난 정부 장수 장관과는 차별화된 리더십을 보인 것만은 분명하다.
◆유기홍 유력 검토 속 차관 대행체제 카드 만지작
유 장관이 물러 날 경우 후임에는 국회교육위원장을 지낸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교육부장관에 대한 본인의 의지가 강하고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오래 활동한 탓에 전문성도 인정받는다.
3선의원이다보니 사회부총리를 맡는데도 중량감이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청문회 등 거쳐야 할 절차를 감안하면 가장 무난한 카드로 꼽힌다.
문제는 잔여 임기가 5개월 남짓에 불과해 그가 장관직을 수락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여권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재임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설거지’하다 끝나는 셈이어서 안 한 것만 못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 의원과 함께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사람은 정종철 교육부 차관. 교육부 내부에서는 정 차관이 직무대행을 맡을 가능성을 더 높게 본다. 내년 3월 9일 대선 이후에는 인수위원회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직무대행 체제에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편이 낫다는 분석이다.
사회부총리 역할까지 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타 부처 역시 차관 대행으로 갈 가능성이 있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10월 27일 현재) 후임자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부처 고위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아있어 둘 중 누구로 할지 정해진 건 없다”며 “다만 그들이 유력 후보인 것 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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