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나향욱 전(前)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파면불복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나 전 기획관이 비록 해서는 안될 발언을 했지만 파면은 지나치게 무겁다고 법원이 판결했고, 정부도 더 이상 법적 다툼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렇지만
교육부는 나 전 기획관을 일단 복직시킨 뒤 재징계를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28일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등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하고 교육부 관료들에 대해서는 신분상 조치를 취할 것을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요구했다. 수사의뢰된 사람 가운데는 교육부 실무자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기획관이나 국정교과서 추진과정에 참여한 교육부 공무원들의 경우 과오를 부정할 수 없다. 국정교과서의 경우 추진과정에서 많은 무리가 저질러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 전 기획관과 국정교과서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문책이 한없이 이어져서도 곤란하다. 나 전 기획관은 파면이라는 극약처방을 통해 징계효과를 충분히 냈다. 국정교과서 공무원의 경우 사실상 ‘동원’된 처지였다. 특히 실무자들은 운명에 장난에 의해 끌려들어갔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 수사까지 받게 한다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상곤 부총리가 국회 답변을 통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했으니 다행이다.
이제는 이들에 대한 책임을 끝없이 묻기보다는 화합조치가 더 필요하다. 나 전 기획관에 대해 재징계를 추진하는 것은 옹졸한 처사다. 차라리 깨끗하게 복직시키고 새로운 자세로 국민에게 봉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국정교과서에 동원됐던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도 스스로 큰 회한과 고통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것으로 이미 ‘신분상조치’ 또는 징계나 다름없는 것이다. 문책은 개선을 위한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흘러오는 과정에서 문책의 효과를 누렸으니 더 이상 책임을 묻는 것은 자제돼야 한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의 동태보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차제에 국정교과서 반대 시국선언에 대한 교사들에 대해서도 징계를 무효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듯하다. 교육부와 교육계의 대화합조치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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