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되었던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정책이 일단 보류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교육부가 내년초까지 시행을 늦추면서 영어수업 금지 문제를 비롯해 유치원 방과후 과정 운영기준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애초 올해초부터 곧바로 시행하려던 방침에서 후퇴한 셈이다. 교육부는 “국민의 우려와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아를 대상으로 한 과도한 영어 사교육을 개선하고 영어학원의 편법운영을 집중단속할 방침이라고 한다.
교육부의 문제의식 자체는 정당하다. 아이들의 발달단계와 상관없이 무조건 영어교육에만 내몰 수는 없다는 판단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건실한 성장을 도와야 할 교육당국으로서는 이런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정책입안 과정에서 관련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미흡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더 열린 마음으로 개선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사실 지금처럼 유아 단계에서 영어교육을 시키는 것은 1990년대 세계화 바람과 1990년대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거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구제금융 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가의 입김이 강해지고 외국에서 교육받고 돌아온 ‘검은머리 외국인’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 이후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은 ‘광풍’으로 번졌다. 그런 과정에서 외국어고 열풍도 확산됐다. 그리고 중고등학교를 넘어 물론 유치원까지 확산되기에 이른 것이다. 게다가 학교에서 배우는 외국어도 다른 언어는 제쳐두고 오로지 영어에만 매달리는 파행도 빚어졌다.
이런 사회풍토의 개선 없이는 영어교육 광풍을 쉽사리 잠재우기 어렵다. 유아 단계의 조기 영어교육이 아이들에게 해롭다는 교육원론을 아무리 강조해도 소용이 없다. 따라서 앞으로 유치원 영어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런 풍토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물론 오늘날처럼 개방된 세계에서 영어를 잘 공부해 두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유아 단계부터 서두르지 않아도 충분히 배워서 익힐 수 있다는 확신을 학부모에게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고등학교 외국어 교육을 내실있게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도 공교육을 바로세우는 것이 조기교육 문제해결의 핵심이다. 교육부의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기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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