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30여개 연대 시민단체는 지난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유아·초등학교 영어수업 금지에 대한 교육부 방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교육걱정 제공.
유치원과 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자 교육부가 대책을 심사숙고하고 있다. 어린이에게 조기영어교육으로 인해 빼앗긴 ‘놀 권리’를 되돌려주기 위해 마련한 대책이지만, 뜻밖에 반발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달말 발표한 '유아교육 혁신방안'에서 영·유아 대상 과도한 사교육 문화를 개선하겠다며 “무분별한 영어·한글 등 특성화 프로그램 위주의 방과 후 과정을 개선하겠다”는방침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방과 후 영어수업을 금지하겠다는 것이었다.
교육부의 이런 방침은 영어 조기교육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는데 많은 어린이들이 매달려 제대로 놀지도 못한다는 지적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실시한 유아교육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립유치원의 32.3%, 사립유치원의 61.6% 등 전체 유치원의 46.3%가 방과 후 영어 특별활동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들이 놀이 삼아 배울 수 있는 미술(40.0%)이나 과학(30.5%)·한글(9.2%)·수학(7.2%)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또 2014년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 후 영어수업이 이미 금지됐다. 이 제도는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3월부터 시행된다. 따라서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서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조기교육도 당연히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 교유부의 입장이다.
유치원의 경우 교육부가 2010년부터 방과 후 과정에서 영어 등 특성화 프로그램 대신 돌봄 중심의 과정을 운영토록 지침을 내려보냈다. 제주와 세종 지역은 이미 2014년과 2015년부터 방과 후 과정에서 영어교육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복지부 소관인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에 따라 방과 후 수업으로 외국어 등 언어 분야가 허용돼 있다. 누리과정(만 3∼5세 교육)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방과 후 수업이 아닌 정규수업에서는 영어를 가르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각계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과도한 사교육 문화를 개선하려는 규제가 규제가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많은 학부모들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영어교육이 진행되지 않으면 학원에 갈 수밖에 없다며 규제철회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정부 안에서도 교육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의견이 일부 부처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학부모 의견을 더 수렴해 보겠다며 한 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영어수업의 경우처럼 일정한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최종적인 방침을 이달말쯤 제시할 예정이다. 교육부가 새로이 내놓을 정책에는 누리과정(만3∼5세 교육과정)을 포함한 공교육을 내실화를 비롯한 영·유아 사교육 완화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유아 영어학원(일명 '영어유치원')에 대한 규제강화 방안도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영어학원의 교육시간이나 학원비, 시설 등에 대한 규제와 고액 수강료 금지 등의 조치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으로 영어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서는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교육을 통한 영어교육이 강화돼 학원에 의존하려는 학부모의 심리를 불식시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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