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고교체계 개편작업이 시동을 걸었다.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의 신입생 우선선발권이 폐지돼 고교서열화를 완화하려는 계획이 본격추진되기에 이른 것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 대신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공교육을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고교학점제· 내신 절대평가제 등도 본격추진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우수한 학생들은 몰렸던 자사고·외고·국제고에 몰렸다. 그렇지만 일반고와 동시에 입시를 치르게 되면 상황이 다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학교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학생들이 원거리 학교에 배정될 가능성이 커진다. 합격 안정권인 최상위권 학생을 제외하고는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외고는 학력만 인정하는 '각종학교'에서 1991년 정규학교인 특수목적고로 개편된 이후 30년 가까이 전기고로 입시를 치렀다. 우수한 학생이 몰리면서 국제적 인재 양성이 아니라 입시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이에 정부는 2010년 지필고사와 영어 듣기평가를 금지하고 내신성적과 면접으로만 학생을 선발하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도입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도입된 자사고도 일반고보다 신입생을 먼저 뽑아 왔다. 특히 일부 학교는 입시 성적 덕에 인기가 높아지면서 외고보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쏠림 현상이 생겼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이들 특수목적고의 ‘선발특권’이 없어지고 도리어 신입생 모집에서 미달 사태를 겪을 수도 있다.
일부 자사고의 경우 지금도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7학년도에도 5개 자사고는 지원자 수가, 8개 학교는 합격자 수가 정원에 못 미쳐 추가모집을 했다.
일부 자사고의 경우 재정적인 이유 등으로 일반고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학교가 특수목적고의 위상을 포기하는 학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올해도 울산 성신고, 대구 경신고, 광주 송원고가 일반고로 전환했다. 교육부는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 등에 학교당 최대 6억원의 재정 지원을 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고교체제 개편에 나서면서 문재인 정부의 다른 교육공약 이행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교학점제의 경우 내년부터 시범학교에서 먼저 실시하는데 정부는 이에 대한 계획을 이달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희망진로에 따라 다양한 교과를 선택·이수한 뒤 누적학점이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도입 시점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성취평가제는 다른 학생과 비교하는 상대평가 석차·등급이 아니라 절대평가 방식으로 개인 성취도에 따른 A, B, C, D 등의 성적을 주는 방식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성취평가제는 기존에 시행하고 있기 문에 차근차근 보완할 방안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취평가제가 시행되면 내신에 대한 부담이 줄어 자사고·특목고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고교 입시 개편으로 이런 우려도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내년 고교 입시를 치르게 될 중학생들의 혼란이 커지고 '눈치작전'이 심화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교육당국이 유념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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