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에서 혁신학교의 효과에 대해 논란이 뜨거웠다. 혁신학교의 성적상승이 양호하다는 서울시교육청의 발표에 대해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세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혁신학교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경기도교육감으로 재직할 때 도입한 학교모델로, 서울 168개교를 비롯해 전국에서 총 1177개교에 이른다. 주로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재직하고 있는 지역이다.
야당의 문제제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곽상도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 12일 혁신학교의 학업성취 수준이 낮다고 비판하는 자료를 작성해 배포했다.
곽상도 의원은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혁신학교 학업성취수준’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전국에서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추도 평가’에서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혁신학교 고교생은 11.9%로, 전국 고교평균 4.5%보다 높았다고 지적했다. 혁신학교 중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도 5%로 전국평균 3.6%보다 높다는 설명이었다. 아울러 곽 의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고교의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은 4.2%→4.5%로 소폭 늘어난 데 반해 혁신학교는 7.9%→11.9%로 증가 폭이 컸다.
곽상도 의원은 "김상곤 장관이 경기도 교육감으로 재임하던 시절 경기도 학력이 전국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면서 "모든 학교를 혁신학교로 전환하겠다는 이번 정권의 계획대로 간다면 기초 학력 미달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 반박자료 배포
그러자 서울시교육청이 이런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자료를 내놓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9일 혁신학교 학생들의 성적 상승 폭이 자율고에 못지않거나 오히려 높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2011∼2017년 서울형 혁신학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28편을 종합·분석한 보고서를 토대로 작성된 자료였다.
이 자료에 따르면 혁신고와 자율고에 다니는 학생들을 비교했을 때 이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2012년)에는 진로성숙도와 교사만족도, 학교만족도, 국·영·수 학업성취도 등 7가지 항목에서 자율고 쪽이 혁신고 쪽보다 크게 높았다.
중3 때 자율고 학생들은 국어과목 성취도가 557.32, 혁신고 학생들은 550.43으로 6.89만큼 차이가 났고, 영어는 각각 566.59와 561.7로 4.89, 수학은 551.8과 541.11로 10.69 차이였다. 학생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된 2014년에도 진로성숙도를 뺀 6가지 항목에서 자율고 학생들이 혁신고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2012년과 2014년 점수를 비교한 '성장 폭'에서는 혁신고 학생들이 자율고 학생들을 앞섰다. 수학과목 성취도는 자율고 학생들이 5.264만큼 오르는 동안 혁신고 학생들은 9.528 뛰었고 국어과목은 자율고가 10.198 상승하는 동안 혁신고는 11.075 올랐다.
요컨대 부모와의 관계, 부모의 학습지원, 가계소득, 사교육비 등의 요인을 배제하면 혁신고가 자율고보다 '교육 효과'가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결론이다.
특히 자아존중감과 자기통제력, 자기주도학습, 목표성취, 창의성, 공감, 소통, 시민의식 등에서는 혁신고 학생들의 성장 폭이 더 크거나 감소 폭이 작았다고 연구진은 정리했다.
대학입시에서도 혁신고 학생들이 좋은 성과를 거둔다는 분석도 나왔다. 2014년 대입을 치른 혁신고 학생 249명과 일반고 학생 350명을 비교했을 때 4년제 대학 합격률은 양쪽 다 32%로 같았고 '서울 4년제 대학' 합격률은 일반고(14%)보다 혁신고(19%)가 높았다.
연구진은 "혁신고가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학생 참여형 수업, 과정 중심 평가 등으로 학생들의 진로성숙도와 학습 효능감을 높이고 학생생활기록부도 풍부하게 만들어 대입에서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울시교육청도 "과거 학업성취도 평균과 가계소득 수준이 비슷한 혁신고와 일반고를 비교했을 때도 학업성취도 면에서 혁신고가 일반고보다 나았다"고 설명했다.
국정감사 공방
이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모두발언을 통해 "서울의 대표적인 정책인 혁신교육이 내실을 다져가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혁신과 미래의 가치는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는 평등교육 실현의 목표와 함께 가야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혁신학교의 성격에 대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비판과 공격이 쏟아졌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운동 잘하는 아이에게는 운동 할 기회를 주고 공부 잘하는 아이에게는 공부할 기회를 주는게 맞지만 교육이 반드시 해야 할 것 중에 하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기초 학력은 갖춰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학업성취도 평가를 보면 혁신학교가 현저하게 기초학력이 미달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기초학력 미달이 심해지는 혁신학교가 기회의 사다리로 작용할지 심각한 우려가 된다"며 "특히 최근에 문재인 정부가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수조사로 안하고 표집조사로 바꿔서 함으로써 비교 조차 못하게 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곽상도 의원은 "지난 국감에서 혁신학교 성적 향상 정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더니 서울시교육청에서 보도자료 내고 혁신고의 성적 향상 정도가 일반고보다 높다고 했다"며 "국민을 호도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한선교 의원도 "대부분 학생들은 대학을 가기를 원하는데 학부모들은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게 대학 가는데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전희경 의원도 "교육부와 교육청처럼 물타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공격했다.
이같은 비판과 공격에 대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물러서지 않았다. 조희연 교육감은 “혁신학교가 진리라고 얘기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교사들의 역동적인 훈련, 아이들을 깨우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도 "혁신학교가 2007년 처음 출발할 때 주로 선호하지 않는 학교나 뒤떨어진 학교를 지정해서 출발했다"며 "그 이후에는 올라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혁신학교를 처음 도입한 당사자로서 경기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혁신학교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학력 오르고 내리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 부총리는 23일 간담회에서 혁신학교를 도압한 결과 “예전에는 학교 가기 싫어하던 학생들이 가고싶어하는 등 학교가 재미있어지고 친구들간에 즐거워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혁신학교가 초기에는 변두리에 어려운 학교들부터 시작됐고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많은 편이었다고 지적하고 진행됨에 따라 학교가 자율적으로 협력적인 문화로 발전하고 만족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교사들 역량도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 혁신학교 숫자를 급격히 늘리는것보다 혁신교육 내용을 좀더 깊이를 더해가야 한다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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