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개편이 1년연기됨에 따라 당분간 학교현장에서는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어서 지금 중3 학생들이 개편 교과서로 학습하면서도 수능은 기존 체제로 치르게 되는 것이다. 한국교총의 지적대로 역사상 처음으로 교육과정과 수능시험 체제의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것이다.
더욱이 앞으로 논의과정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수능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교육부가 지난달 10일 시안을 발표한 이후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엇갈릴 뿐만 아니라 각계에서 중구난방식으로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므로 이들 의견을 잘 수렴해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은 작업이다.
또 수능시험 개편에 대한 논란 역시 앞으로 잦아들기보다 당분간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어쨌든 이제는 현 중2 학생들이 보는 2022학년도 수능은 어떤 식으로 바뀔지에 관심이 간다.
문·이과적 소양을 두루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육성한다는 새 교육과정 취지에 따라 교과목과 교과서, 수업방식 등이 모두 바뀐다. 이런 변화를 2022학년도 수능 개편안에 담아내야 한다. 구체적인 개편안은 내년 8월 종합적인 '교육개혁 방안'과 함께 제시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달 발표했던 시안을 모두 백지화하고 수능 개편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진석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은 기존의 정부가 내놓은 시안 2가지를 폐기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경쟁 위주의 교육을 지양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에 따라 정부가 수능개선위원회를 새로 꾸릴 가능성에 크다.
고교·대학 관계자와 학부모, 정부 등 다양한 교육주체가 참여하는 '대입정책포럼'과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서도 수능 개편 방향과 범위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논의의 초점은 새 교육과정의 목표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시험영역을 개편하고 절대평가를 확대하는 방안에 두어질 전망이다.
우선 수학영역의 경우 문·이과 통합 실패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기존의 가형/나형 분리출제 체제를 버리고 통합형으로 바꿀지 관심이다. 이럴 경우 문과 학생들의 수험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과과정에 신설하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추가될 가능성도 크다. '학습 편식'을 막고 인문사회·과학 영역의 지식을 두루 배우도록 하겠다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반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초점은 역시 절대평가의 범위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대로 전 과목을 절대평가할 것인지가 핵심 관심사이다. 만약 절대평가를 전과목으로 확대하면 변별력 약화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도 해결과제이다. 대학입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으로서 일정 수준의 변별력은 확보돼야 한다는 요구가 엄존하기 때문이다.
당분간 학교현장의 혼란도 불가피하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중2는 중3들이 새 교육과정과 수능을 겪는 모습을 보고 학습전략 등을 준비해도 되는 처지였다가 수능개편 첫 적용 학년이 됐다"면서 "2022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나 성취평가제 등 대입제도 전반의 변화가 이뤄지면 혼란이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도 "교육부가 내놓은 수능개편 방안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이라 큰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런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일선 학교와 수험생들의 큰 과제로 던져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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