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10일 발표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시안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여주고 인문사회·과학 분야에 대한 통합적 소양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절대평가가 늘어나면서 출제과목도 사실상 늘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수험생의 학습 부담이 줄어들지는 미지수이다.
출제과목은 사실상 늘어
이번에 나온 2가지 시안에 따르면 2021학년도 수능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 탐구, 제2외국어/한문 등 7개 영역으로 이루어진다.
올해 치러지는 2018학년도 수능과 비교해 탐구영역이 1과목 줄고 통합사회·통합과학 1과목이 늘어 응시영역 수가 똑같다는 것이 교육부 설명이다.
하지만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학교에서 따로 수업하는 별개 과목이다.
특히 통합사회는 현행 일반사회·지리·윤리·역사, 통합과학은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에서 배우는 내용을 융합한 것이다. 기존에 8개 과목에서 배운 개념을 합쳐놓은 영역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8개 과목을 공부하는 셈이다.
문과 성향의 학생들은 기존에 수능에서 피할 수 있었던 과학분야를, 이과 학생은 사회분야를 공부해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학습량 역시 지금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욱이 수능이 단계적 절대평가로 전환될 경우 탐구과목은 상대평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어, 수학과 함께 학생들이 변별력의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제2외국어/한문영역 왜곡현상 줄을 듯
정부 시안에서 또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절대평가 범위 확대다. 현행 수능의 경우 영어·한국사를 뺀 나머지 과목은 상대평가다. 학생들의 점수를 바탕으로 누적 백분위를 산출한 뒤 상위 4%까지는 1등급, 11%까지는 2등급, 23%까지는 3등급을 부여한다.
수능 상대평가가 학생 간 무한경쟁을 촉발하고 난도가 높은 문제를 필요 이상으로 출제하게 만들기 때문에 절대평가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 교육부 시각이다. 영어와 한국사처럼 절대평가 영역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영어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받으면 1등급을 받고, 10점 단위로 등급이 바뀐다. 한국사는 50점 만점에 40점 이상을 받으면 1등급이고 5점 단위로 등급이 떨어진다.
교육부의 시안을 보면 1안은 국어·수학·탐구과목을 상대평가로 남겨두고, 새로 도입되는 통합사회·통합과학영역과 제2외국어/한문 영역을 절대평가로 바꾼다. 국어·수학과 탐구과목에서는 변별력이 확보되는 것이다. 새로 도입되는 통합사회·통합과학에 대한 수험생의 시험 부담을 줄이고, 아랍어 쏠림 현상 등 제2외국어/한문 영역의 왜곡현상도 줄일 수 있다.
2안은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변별력은 떨어질 공산이 크다. 반면 은 다른 학생의 석차를 신경 쓸 필요 없이 자신이 해당 영역의 학습성과만 스스로 점검하면 된다. 절대평가 체계는 영어·한국사와 같은 9등급이 될 전망이다.
문 · 이과 통합 쉽지는 않다
새 교육과정은 인문사회·과학기술의 기초 소양을 학생들에게 길러주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문·이과를 통합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취지가 교육부가 제시한 수능시험 개편시안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1안과 2안 모두 수학 영역에서 현행과 같은 가형/나형 체제를 유지하게 된다.
현행 수능 역시 한국사를 제외하면 모든 과목을 학생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본인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수학 가형/나형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각 대학의 전형방식에 따라 이과 지망생은 주로 가형을, 문과 학생들은 나형을 선택해 왔다.
현행 수능 수학 영역의 경우 가형은 미적분Ⅱ와 확률·통계, 기하·벡터 등의 범위에서, 나형은 수학Ⅱ와 미적분Ⅰ, 확률·통계 등의 범위에서 출제된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은 모든 학생이 치르게 되지만 탐구영역 또한 일반선택과목 1과목을 택하는 체제로 현행과 비슷하다. 아무래도 문과 학생들은 사회탐구를, 이과 학생들은 과학탐구를 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문과와 이과 구분이 완전히 없어지기는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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