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하던 초등학교 교사 임용대란이 결국 터지고 말았다. 일부 시도교육청의 2018학년도 초등학교 교사 선발이원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이에 해당지역 교육대학 졸업예정자를 비롯한 교사 임용시험 준비생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반면 강원도 등지에서는 초등교사가 뷰족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초등교사 수급계획이 난맥상을 드러낸 것이다.
실태
서울지교육청이 지난 3일 예고한 공립 초등교사 선발예정 인원은 작년의 8분의 1 수준으로 급전직하했다. 2017학년도에 846명이던 선발인원이 105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광주는 단 5명만 뽑겠다고 했다. 제주도에서도 15명만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전국적으로는 선발예정인원이 2017학년도 5549명에서 2018학년도에는 3321명으로 급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에서도 지난해 1712명에서 올해는 그 절반수준인 868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밖에 인천 전북 경남 등 대부분의 시도에서 선발인원이 줄어든다. 세종시도 268명에서 30명으로 뚝 떨어졌다.
내년에 교대를 졸업하는 학생들에는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 그동안 준비해 왔으나 막상 임용시험 선발인원이 크게 줄어들어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광주교육대에서는 해마다 300명 이상이 졸업하지만 몇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실업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원인과 배경
초등교사 선발예정 인원이 이토록 급격하게 감소한 1차적 원인은 학생수 감소에 따라 교사정원이 감축된 데다 아직 발령받지 못한 임용대기자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초등학교 신입생은 1996학년도 63만6160에서 2016학년도에는 43만5220명으로 20만명 이상 줄었다. 20년 만에 초등학교 신입생 수가 3분의1 가량 감소한 것이다. 그럼에도 초등학교 교원은 2015년 14명 감소한 것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늘었다. 이에 따라 초등교원은 1996년 13만7912명에서 2016년 18만3452명으로 4만5540명(33.0%) 증가했다.
이처럼 학생감소에도 불구하고 교원이 거듭 늘어난 것은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교원채용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학급당 학생수를 과거 50∼60명 수준에서 선진국과 비슷한 20명대로 낮추기 위한 것이었다.
이같은 객관적 사유가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교원수급 정책의 실패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원수요 감소에 정부가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발령 임용대기자가 수천명에 이르는 현실이 이같은 실패를 말해준다. 전국 공립 초중등 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한 뒤 발령을 받지 못한 대기자는 지난달 3일을 기준으로 3965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초등교사 임용대기자가 3518명으로 88.7%를 차지한다. 대구에서는 2015학년도 임용시험 합격자 57명을 비롯해 194명이 아직 임용되지 않았다. 광주에서는 2016년 이후 합격자를 단 1명도 임용하지 못했다. 현재 76명이 임용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반면 강원도의 경우 3년 연속 미달사태를 빚고 있다. 수도권은 임용대기자가 넘쳐나고, 강원은 부족한 초등교사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응
우선 가장 뜨겁게 반응하는 것은 서울교대를 비롯한 주로 서울지역 대학생들이다. 어느날 갑자기 교사선발 인원 급감이라는 냉엄한 현실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즉각 집단반발에 나섰다. 서울교대와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학생 700여명은 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어 조희연 교육감을 면담하고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적어도 550명 이상의 선발을 보장하라는 요구였다. 현재 임용시험을 앞둔 4학년 학생이 서울교대 395명,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41명,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123명을 더한 인원이다. 서울교대의 경우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특수한 목적을 위해 국가가 설립한 대학인데 졸업생의 절반도 초등교원이 될 수 없는 것은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정책이라고 학생들은 지적했다. 따라서 적어도 졸업생만큼의 선발 인원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한국교원대는 충북 청주시에 있다. 그렇지만 서울에 연고가 있는 일부 학생은 서울지역 임용시험에 응시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조희연 교육감은 즉각 늘리겠다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다만 조만간 교육부에 면담을 요청하는 등 문제해결을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희연 교육감과 학생대표들은 청와대에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데 노력하는 등의 4개항에 합의했다. 이같은 면담결과에 관계없이 전국 교대와 초등교육과 학생들로 구성된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앞으로 광화문광장 등 대규모 도심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교원단체도 비판대열에 가담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번 같은 임용절벽이 발생한 것은 정부정책의 무계획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정부는 정책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전국의 교대와 사대, 임용고사 준비생들이 충분히 납득할만한 가시적인 조치를 즉시 취해야 한다고 교총은 지적했다.
교총은 아울러 시·도교육청도 자체 수요 예측을 게을리 했다는 점에서 공동의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전망과 대책
초등학교 교사 임용대란은 특단의 대책 없이는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7일 간부회의 자리에서 초등교사 '임용절벽' 현상이 10년간 장기화될 수 있다는 걱정을 내놓았다. 향후 10여년 가까이 임용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학급 수가 늘어나고 명예퇴직자, 육아휴직자가 많아 신규 선발인원이 많았지만 지금은 명예퇴직자가 줄고 육아휴직에서 복귀하는 인원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등교사 인원을 앞으로 더 감축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 장교육감의 진단이다.
차제에 초등교원 양성체계를 전면 재점검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전국에서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은 교육대학 10곳과 제주대·한국교원대·이화여대 초등교육과 등 13곳이다. 이들 대학의 입학정원은 2018학년 기준 4487명으로 2017학년도보다 4명 증가했다. 그런데 지금처럼 학력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현실에서 해마다 이들 교대생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지 미지수이다. 따라서 이들 초등교사 양성기관과 학생수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급격하게 조정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해묵은 미발령교사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점차 초등교원 양성학교와 학생을 점차 줄이면서 연착륙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1수업2교사제로 해결될까
문재인정부가 공약한 1수업 2교사제도 대안의 하나로 떠오른다. 수업마다 보조교사를 두둠으로써 학습의 질을 높이고 교원 임용적체도 해소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서울교대 학생들과의 면담에서 "1교실 2교사 수업제가 조금은 희망을 갖게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는 어느날 갑자기 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다. 예산과 시설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 조 교육감도 1수업2교사제를 시행하려면 교원 1만5천명을 증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럴게 많은 교원을 한꺼번에 늘리는 것은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데, 정부가 이를 당장 감당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재인정부가 하려고 해도 국회에서 통과되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문재인정부 자체도 아직 1수업2교사를 시행할 준비가 안돼 있다. 따라서 이 역시 당장 시행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3년으로 돼 있는 임용대기 기간을 연장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초등교원 신규임용 감소사태를 당장 해결할 방법은 현행 3년인 교원 임용후보자 명부의 유효기간을 잠정 연장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현행 교육공무원 임용령 에 따르면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3년이 지나서도 임용이 되지 않으면 합격 효력이 소멸된된다. 그렇지만 시험 합격자가 3년이 지나도록 임용되지 않은 책임을 합격자에게 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김 교육감의 지적이다. 현재의 어려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서는 훌륭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역시 미봉책이지 근본적인 방안은 아니다.
더욱이 시도별 격차가 큰 것도 문제이다. 지원자들이 근무여건이 좋다고 하는 서울 등지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8학년도에도 강원도를 비롯해 이들 도지역은 각각 수백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올해도 미달사태를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중등교사의 임용적체 문제도 작지 않다. 교총에 따르면 일부 시·도에서는 일부 교과목의 교사를 1명도 뽑지 않는 경우도 수두룩해 임용제도 자체의 의미마저 상실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제 초등학교 교원수급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때가 온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함께 그동안의 교원수급 정책을 다시 한 번 냉철히 분석해 정교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확실히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교원임용 절벽사태에도 불구하고 학급당 학생수나 교원 1인당 학생수 등 전반적인 교육여건은 선진국 수준에 한참 미달된다는 것이 교육계의 지적이다. 따라서 이제는 OECD 수준으로 끌어올려 개인별 맞춤형교육을 실시하는 등 쾌적한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원정원을 축소해서는 도리어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 교육계의 요구이다.
한국교총은 논평을 통해 이번 참사 해결과 새 정부의 고교학점제 등의 공약 실천, 선진 교육환경 조성 등을 위해 당초 약속한 1만 6000명 교원의 증원시기를 앞당기고, 내년도 선발 인원은 적정 인원으로 환원 하라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이번 초등학교 교사 선발예정 인원 축소 사태를 '교원 정원 관리 정책상 실패가 낳은 참사'로 규정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교사 증원을 요구했다.
.gif)
.jpg)
.jpg){kind=small}
.jpg)
.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