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공약 설계자가 교육부장관에 취임함으로써 ‘문재인표 교육개혁’의 시동이 걸렸다.
김상곤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의 논문 표절과 이념 편향 의혹에 대한 거센 공세에 시달린 끝에 임명장을 받았다. 청문회 과정에서도 서열 현행 교육체계 개선 등 핵심 현안에 관해 분명하게 자신의 소신을 제시했다. 게다가 그는 경기도교육감을 지내면서 교육행정 경험도 충분히 쌓았다. 따라서 교육개혁의 추진동력은 그 어느때보다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임 김 부총리에게는 현재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논란이 뜨거웠던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문제를 비롯해 대입수학능력시험의 절대평가 전환, 전교조 교사들의 전임인정 여부 등 모두가 까다로운 현안들이다. 사안마다 시각과 입장이 크게 엇갈린다. 또 김 부총리가 평소에 강조해온 교육복지도 최근 인구감소와 저출산문제 등의 사회적 어려움에 비쳐 시급해 진전시켜야 한다.
외고와 자사고 등의 문제와 관련해 김 부총리는 "외고와 자사고, 국제고가 여러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국가교육 차원에서 폐지 문제를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사고 등이 일으키는 문제는 온 국민이 알고 계실 것"이라며 자사고-특목고-일반고 등으로 이어지는 줄 세우기식 고교체제 개편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따라서 외고와 자사고 폐지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디민 외고 자사고 폐지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논란을 칼로 두부 자르듯 단 칼에 쉽게 풀수는 없다. 따라서 이 문제는 정부가 먼저 앞장서지 않고 신설되는 국가교육회의에 우선 맡기겠다는 것이 김부총리의 복안이다. 절차적인 정당성을 확보해 보려는 우회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수능시험의 절대평가 전환도 뜨거운 감자의 하나이다. 김 장관은 청문회에서 "수능이 여러 역할을 해왔지만 많은 문제도 야기했다"며 수능 절대평가제 도입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렇지만 변별력 저하에 따른 대학 등의 반발이 적지 않다.
따라서 우선 조만간 발표될 2021학년도 수능시험 개편안에 시선이 집중된다. 수능시험 개편안은 지난 5월 발표되고 공청회 등을 거쳐 7월중 확정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선거와 신임 교육부장관 인선이 늦어지면서 발표일정이 지연돼 왔다. 김부총리는 일단 8월 초까지 개편안을 고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1개월여 동안 수능시험 개편안 내용과 입장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개편안에 절대평가 전환여부를 둘러싼 논쟁도 당분간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개편안이 김 부총리가 이끄는 교육부의 교육개혁 방향과 추진력을 가늠해 볼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총리의 취임에 따라 ‘교육복지’의 향상도 기대되는 사안이다. 김 부총리는 취임사에서도 “교육의 국가책임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교육사다리 복원'을 내걸었지만, 그 첫걸음은 결국 교육복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부총리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에 대한 국가재정 지원이 확립되고 고교무상교육도 조만간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학등록금 인하는 훨씬 더 복잡한 문제여서 매듭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듯하다. 최근 몇년동안 대학등록금이 연이어 동결된 결과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대학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교육협의회에서도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달라는 건의문을 작성해 정부에 제출했다. 김 부총리 자신도 취임사에서 지방국립대와 유능한 사립대학의 발전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므로 교육복지 차원에서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라는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를 대학의 경쟁력 강화라는 과제와 조화시켜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여러 선진국에서 보는 것처럼 사회적 불평등과 경제적 불평등을 축소시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게다가 고등학교나 대학의 서열화를 완화 또는 해소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숱한 과제들이 신임 김 부총리 앞에 도사리고 있다. 고교학점제 정착이나 학벌폐해 해소 등 모두가 간단하지 않은 문제들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성적 중심의 경쟁교육을 탈피해 공정하고 평등한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문제이다. 이렇게 어려운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는 결국 김 부총리의 정치력에 달려 있다.
또하나 중요한 것은 추진력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김 부총리 스스로도 지적했듯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추진력을 얻기는 어렵다. 서열화된 고교체제 해소와 대입제도 개혁 등의 경우처럼 예민한 현안은 공감대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 그런 절차와 과정으로서 해 학부모와 교사, 대학 및 진로·진학 전문가, 시민사회, 경제 주체 등이 논의와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것이 김 부총리의 계획이다. 그런 관점에서 앞으로 신설될 국가교육회의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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