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자사고 폐지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2015년 기준 미달 판정을 받아 재지정이 보류된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4곳을 모두 재지정했다. 함께 평가한 영훈국제중도 재지정 관문을 통과했다.
5개교 모두 관문 통과
서울시교육청이 28일 발표한 이들 외고와 국제중에 대한 평가결과에 따르면 2015년 운영성과에서 미흡한 결과를 받아 '2년 지정취소 유예' 조치를 받은 서울외고와 장훈고·경문고·세화여고(이상 자사고)가 모두 지정취소 기준 점수(60점)를 넘어섰다. 영훈국제중(특성화중학교)도 기준 점수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들 5개 학교는 각각 외고(특수목적고)와 자사고, 국제중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운영성과 평가는 외고의 경우 학교운영, 교육과정 및 입학전형, 재정 및 시설, 교육청 자율 등 4개 영역 27개 지표에 걸쳐 실시된다. 자사고는 학교운영, 교육과정 운영, 교원의 전문성, 재정 및 시설여건, 학교만족도, 교육청 재량평가 등 6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국제중은 4개 영역 26개 지표로 짜여져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번 재평가는 2015년 당시 평가 지표와 방식을 동일하게 적용해 평가 신뢰도와 타당성 등 행정 합리성을 확보하는 데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의하면 시·도 교육감은 5년마다 학교 운영 성과 등을 평가해 지정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면 특목고와 자사고 등의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교육감이 자사고를 지정 또는 취소할 때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과거에는 '협의'만 거치게 돼 있었으나 2014년 12월 '동의'로 바뀌어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이에 따라 외고와 자사고에 대한 처리는 향후 교육부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번 평가결과에 대해 "과거 정부가 취소 기준 점수를 70점에서 60점으로 하향 조정해 기본점수만 받아도 취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외고와 장훈고·경문고·세화여고, 영훈국제중이 모두 지정취소 기준점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정부가 마련한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이번 재평가는 2015년 당시 평가 지표와 방식을 동일하게 적용해 평가 신뢰도와 타당성 등 행정 합리성을 확보하는 데 노력했다"면서도 "교육부가 정한 안을 따르면 기본점수만 받아도 탈락이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또 "교육부의 평가 지표가 매우 후하게 돼 있어 취소 기준인 60점 이하 점수를 받기 매우 어려운 구조"라며 "우수·보통·미흡 3단계로 진행되는 국제중의 경우 이뤄지는 국제중의 경우 모든 지표에서 미흡을 받아도 총점이 33점은 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자사고·외고 폐지 문제를 개별 학교 평가로 결정하는 것은 타당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며 "최선을 다해 엄정하게 평가했지만 정부에서 정한 틀을 넘어설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고 조 교육감은 토로했다.
“신입생 선발 동시에 하자”
서울시교육청은 평가결과를 발표하면서 "단순히 '평가를 통해' 미달된 학교만을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은 현 고교 체제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명확하다"며 정부 차원의 고교 체제 단순화 정책을 제안했다.
정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일괄 개정을 통해 외고·자사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근거를 마련하고 고입 전형 방법, 절차 등은 시·도 교육감에게 위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고·자사고 설립, 선발 시기 등을 규정한 시행령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서울시는 요구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외고·자사고 운영 근거 조항을 삭제해 그 이듬해부터 신입생을 일반고 학생으로 선발하거나, 정책일몰제를 적용해 5년 주기 평가 시기에 맞춰 연차 전환한 뒤 그 다음해부터 일반고 학생으로 뽑는 방안이다. 일반고와 특목고, 자사고 등의 신입생 선발을 동시에 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전형시기도 1단계 특성화고, 2단계 일반고·특목고(과학고·외고·국제고·마이스터고·예술고·체육고)·자사고, 3단계 미선발 인원 충원 방식으로 선발하자는 제안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정부 차원의 정책제안을 제시한 것은 시·도 교육감 권한으로 실질적인 체제 개편이 어렵고 지역별로 추진하면 상당한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에 근거해 운영 중인 국제중도 규칙 개정을 통해 일반중학교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조 교육감은 "고교 체제 단순화는 신임 교육부 장관 취임 후 교육부 방침과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면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조 교육감은 교육부가 고교 체제 정상화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 시·도 교육청과 학교 관계자, 교육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동 협의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정부에 책임 떠넘기지 말라”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재평가 결과는 새 정부 들어 처음 나온 것이다. 현재 전국 자사고 46곳 중 절반인 23곳, 외고는 31곳 중 6곳이 서울에 있다. 이처럼 서울시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번 평가결과가 향후 정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발언으로 촉발된 외고 자사고 폐지 논란은 당분간 잠복하게 될 전망이다. 최근 거세졌던 외고와 자사고 학부모 등의 폐지 반대 시위도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고교서열화와 교육격차에 대한 비판까지 불식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외고와 자사고 폐지 요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8일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외고·자사고 학부모들의 새 정부 교육 공약 흔들기를 즉각 멈추라"고 밝혔다. 이들은 "외고·자사고는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비 폭증의 원인이며 사회통합 질서에 역행한다"며 "국민 여론(리얼미터 조사 찬성 53%·반대 27%)과도 배치되는 명분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앞으로 대대적인 국민 행동을 벌여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기필코 성사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특히 17개 시·도 교육감들을 향해 "학부모들의 반발을 의식해 정부에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해당사자를 설득하라“고 요구했다.
이제 새로운 교육부장관이 취임한 이후의 정책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청문회까지 마친 김상곤 교육감도 평소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주장해 왔다. 또 이런 문재인정부의 교육공약을 작성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도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대차 밝혔다. 다만 폐지 방안은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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