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 등 특수목적고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경기도와 서울시 등 지역교육청을 중심으로 외고와 자사고 등 특수목적고 폐지움직임이 가시화하자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는 것. 정치권과 교육단체에서도 이에 대한 입장표명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열릴 김상곤 교육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도 폐지 문제가 주요쟁점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현행 고교 체제가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로 수직 서열화돼 있다"며 일반고 중심의 고교 체제 개편을 촉구했다.
조 교육감은 "제2의 고교 평준화를 통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영재학교와 과학고, 예술계고, 체육고는 특목고로 존치하되 마이스터고는 특성화고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조 교육감은 이를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 지정 및 취소 시 교육부 장관 사전 동의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이들 외고와 자사고는 오는 28일로 예정된 외고와 자사고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결과 발표를 앞두고 기자회견과 집회를 잇따라 열어 반대론 확산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자율형사립고연합회는 자사고 폐지 움직임에 대해 "정치논리로 학교의 존폐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폐지정책을 그만두라고 요구했다. 연합회는 21일 서울 이화여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폐지 정책은 진영논리에 입각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다. 신입생을 선발하는 전형과정에 사교육과 고교서열화를 유발하는 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연합회는 특히 자사고 폐지 추진을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와 마찬가지로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내년도 고입 선발계획이 이미 공지된 만큼 교장단 면담을 비롯한 의견 수렴을 거쳐 폐지 정책을 폐기하라고 연합회는 요구했다.
연합회는 "교육감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서울의 자사고는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모든 제도적·법적 노력을 다해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회는 조만간 서울 외 지역의 자사고나 서울·지방 외국어고 등과도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전국외국어고등학교 교장협의회와 자사고학부모 모임도 22일 서울에서 모임을 열고 외고와 자사고 폐지에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도 20일 당내 회의에서 외고와 자사고 폐지계획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송기석 의원은 “그동안 외고와 자사고가 높은 명문대 진학률을 위해 입시 교육에 치중했다는 이유로 고교 서열화의 온상으로 지목돼 온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당장 폐지한다고 해서 공교육이 바로 정상화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우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조치가 먼저 취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자사고와 외고 선발제도를 ‘선 지원 후 추첨’ 제도로 전환해 학생선발의 특권을 제한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교총도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괄적인 일반고 전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교총은 “일반고의 교육이 획일화된 상황에서 외고․국제고·자사고 폐지는 다양한 교육과 수준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기회를 박탈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특목고·자사고를 폐지한다고 해서 일반고의 역량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며, 일반고의 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의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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