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방침이 경기도와 서울에서 가시화되면서 해당 학교와 학부모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외고와 자사고 폐지 문제는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후보가 공약한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론에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이대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대선후보자들 사이에 형성돼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새정부 출범과 함께 이 문제가 우리 교육의 과제로 대두되는 것은 자연스런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새 교육부장관이 취임하기도 전에 일부 교육감이 먼저 방침을 밝힘으로써 다소 이르게 쟁점화된 셈이다.
외고와 자사고에 대해 대선후보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던 것은 이들 학교가 공교육을 약화시키고 명문대 진학을 위한 사설학원 비슷해졌다는 인식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많은 유권자들이 공유하고 있었기에 공약으로 표출된 것이다. 과거 일부 명문고가 없어진 대신 뒤늦게 명문고 행세를 한다고 많은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시키야 한다는 대선공약과 교육청의 움직임에 공감하는 국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외고와 자사고에 진학하지 못하고 일반고로 진학하는 것은 마치 3류국민이 되는 듯한 낭패감을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이런 때이른 좌절감과 패배감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시도 교육당국에서 외고와 자사고의 위상을 재점검하겠다고 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그렇지만 외고와 자사고를 없앤다고 해서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자사고연합회와 교총 등이 지적했듯이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일반고 가운데 대학진학 성적이 좋은 일부 지역 학교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화될 수도 있다. 그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일반고의 교육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하지만, 아직 요원하다. 나아가서 학력카스트나 학벌주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시정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따라서 외고와 자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에 대한 해법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그러므로 외고와 자사고는 국민과 교육당국으로부터 비난받을 소지가 없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교육당국도 지금 너무 서둘러 일방적으로 다루려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양자 모두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고 대응하기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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