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교육개혁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많은 교육공약을 내걸었습니다. 교육개혁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무엇보다 새 정부의 출범을 축하하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민을 위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얼마 전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한 ‘일자리 위원회’에서 볼 수 있듯이 청년 취업과 고용 창출은 현 정권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새 정부에서는 직업교육의 체계화를 통해 국민들의 기본생활을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자리 문제가 범국가적 차원에서 논의되고 실천되기를 기대합니다. 특히 이번 정부에서는 ‘교육의 국가책임 강화’에서 ‘전문대학 질 제고’를 정책공약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소통, 협력, 효율성을 높이는 교육거버넌스 개편을 추구하는 정부인만큼 우리 전문대학이 함께 참여하여 구체화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교육과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로 보아 학력 차별이 큰 문제라고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학력 차별이란 말 자체가 차별적 용어가 아닐까요? 이 말 자체부터 우리 기성세대가 만든 부끄러운 교육 용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경우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거나 집안 환경이 어려워 진학하는 학생들이 다수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일반대학에 없고 전문대학에만 있는 특성화 된 전공을 배우기 위해 전문대에 지원하는 우수 학생들이 많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일반대학에 시계주얼리 전공이나 마술 전공 등은 없지 않습니까? 이제는 어느 대학에 가느냐가 아니라 어떤 전공을 통해 무엇을 배웠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될 것입니다. 학력 차별, 이제는 쓰지 말아야 할 낡은 교육 패러다임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만연해 있는 학력 차별의 분위기를 일거에 해소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미 완강한 틀이 형성되어 있어 학력과 학벌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가 작동되어 왔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저를 비롯해 여러 의식 있는 분들이 실력으로 평가받는 능력중심사회를 열어가자고 외치며 대안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 아닙니까. 이제 소위 학력이나 학벌 중심의 ‘엘리트코스’가 아닌 ‘능력과 실력 중심의 엘리트코스’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럼,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한 고등직업교육의 발전을 위해 새 정부에서 우선 순위가 돼야 할 정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좋은 질문 주셨습니다. 앞서 2월 20일 1차 고등직업교육 대토론회, 4월 20일 2차 토론회에서 주장하고 함께 논의된 의견들이지만 직업교육대학의 설립 및 운영, 평생직업교육훈련의 활성화와 지원 관련 법령을 총괄하는 ‘고등직업교육 육성법’ 제정을 먼저 제정 추진됐으면 합니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고등직업교육의 발전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하고 초중등-전문대학-일반대학의 책임성 있는 법적 지위를 보장해야 합니다. 법안에는 (가칭)‘직업교육대학’에 대한 재원투자 조항 등도 명시해야겠지요. 또 고등직업교육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고등직업교육의 총괄지원기구로서 ‘고등직업교육정책실’ 신설을 함께 제안합니다. 차관보급의 직급을 가진 고등직업교육정책실장이 임명되어 고등직업교육 발전의 책무성과 영속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제4차 산업혁명 물결에 맞춰 이에 부응하는 인력양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문대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습니까?
“우선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체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게 되고 대량 실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제조업에서는 생산 자동화 진행이 확대되어 굳이 많은 인력이 필요 없게 되겠지요. 따라서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의 취업을 위한 재교육과 직업훈련이 매우 시급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이들을 위한 평생직업교육기관이 필요할 텐데, 바로 그 역할을 전문대학이 해야 합니다. 따라서 고등교육기관이 이론과 연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교육으로 그 방향을 설정해야 하고, 이 일자리 교육은 그 동안 산업현장을 기반으로 탄력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해 온 전문대학이 담당해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전대미문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고용시장도 마찬가지겠지요. 따라서 고등교육기관에서 1학년 때 배운 교육이 2학년 때는 쓸모없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4년 8학기, 2년 4학기의 길고 경직된 학제에서 탈피하여 3개월-1년 과정의 마이크로 칼리지(Micro College)가 출현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입니다. 실제 미국의 다빈치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 학사학위(Micro Degree)를 수여하는 3개월 과정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전문대학이 숙고해야 할 교육방향인 것입니다. 다행한 일은 전문대학이 그 동안 주문식교육, 산업체위탁교육, 평생교육, 현장밀착형교육, 사회교육, 지역민을 위한 강좌 등 다양한 장단기 교육과정을 운영한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 변화를 선도하면서 능력중심사회를 열어가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요즘 청년실업 문제가 무척 심각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전문대가 맡을 역할은 무엇입니까?
“여기에 대한 답변은 단 하나입니다. 그동안 전문대학이 잘 해왔던 역할을 계속 해 나가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전문대학이 우리 사회에서 담당해 왔던 고등직업교육의 중심 역할을 여전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문대학은 출범하는 순간부터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직업교육을 표방해 왔고, 현재도 또 미래에도 그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새 정부의 1호 업무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저는 전문대학이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의 내용을 채워줄 수 있다고 봅니다. 즉, 일자리 교육에 실제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산업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른 직무의 다양화와 융복합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내실 있는 일자리 교육을 할 수 있는 기관은 전문대학밖에 없다고 봅니다.
요즘은 일반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되지 않아 다시 전문대로 입학하는 ‘유턴현상’이 제법 나타나고 있는데, 앞으로 그런 현상이 계속될까요?
“매우 중요한 지적을 하셨습니다. 실제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학에 다시 입학하는 이른바 ‘유턴입학’ 지원자와 등록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2017학년도 전문대학 입시 결과를 따져 보니 유턴입학 지원자는 7412명으로, 2014학년도 4984명에 비해 49%나 증가했습니다. 이 중 등록생은 1453명으로 2014학년도(1,283명)에 비해 13% 많아졌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유턴입학 증가세는 장기적인 불황에 따른 청년 취업 문제를 주원인으로 들 수 있습니다. 또 한편으론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도입하고 현장실습을 내실 있게 운영하면서 높은 취업률을 보장하는 전문직업인을 꾸준히 양성한 것이 인정받은 결과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일반대학에 진학했다가 소위 ‘이 산이 아닌가봐’하며 멀리 돌아오는 U턴은 시간과 돈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는 문제여서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봅니다. 저는 전문대학 U턴 사례가 늘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니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이 직렬구조가 아닌 병렬구조로 자리매김 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막연한 학벌간판보다는 실제적인 직무능력과 창의력이 중요한 시대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시대에 앞으로 전문대의 역량이 더욱 강화되는 것이 요구됩니다만.
“현재의 고등교육의 틀은 급속한 기술변화를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시대와 기술이 변하면 제도도 변해야 합니다. 내용이 변하면 형식이 변해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특히, 실무능력과 산업현장에서 요구되는 창의성에 기반한 현장 중심의 문제해결능력에서는 전문대학을 따라올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사회와 산업에서는 보다 고도화된 직무능력과 창의성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전문대학도 변화해야 합니다. 그 동안 잘 해왔던 강점분야를 더욱 확대·강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은 산업현장과의 접점을 보다 심화·발전시키는 것입니다. 현장중심교육과 주문식교육, 사회맞춤형교육 등 다양한 경로의 강력한 산학협력 속에서 학생들의 실무능력과 창의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교육계에 몸담으시며 느꼈던 교육계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정책적 제안이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일반교육은 그래도 틀이 잡혀 있는데 직업교육은 체계적 틀이 부재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외국의 직업교육은 거의 국비에서 지원하는데, 우리는 현재 사립에 거의 의존하고 있지요. 직업교육은 우리 사회에서 국민들이 먹고살 수 있는 최소한의 방편이자 계층 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이를 소외시키며 사회통합을 논의하고 기타 교육공약을 내는 것은 사상누각(砂上樓閣)이거나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일입니다. 국가가 책임지고 각 분야의 전문가를 더 우대하고 그들을 키워주는 참교육이 진실로 필요한 시대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저는 고등직업교육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전문대학에는 일반대학에 비해 특히 저소득층 자녀들이 많이 진학합니다. 이들에게 직업교육을 통해 건실한 사회일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 우리 사회의 공적 아젠다로 부각되기를 희망합니다.
끝으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 수험생 부모님, 일반인 등에게 교육자로서 하고 싶은 한 말씀 해주시죠.
“이제 전문대학은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전공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꿈을 가지고 진학하는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전문대학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인재를 키워내는 매우 쓸모 있는 울타리인 것입니다. 또 그러한 교육의 장을 137개 전문대학 식구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 직업교육이 대한민국의 성장 에너지라는 점을 모든 국민들께서 다시 한번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이제는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아울러 ‘자신이 신명을 다해 잘 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흥미를 갖고 할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무시한 선택은 후회와 퇴보를 남깁니다. 자신이 원하는 분야가 있다면 학벌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전공을 자신 있게 선택하여 즐겁게 도전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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