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괴롭히던 일제고사가 결국 폐지됐다. 모든 학생이 일제히 치르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없어지고 일부 학생만 대상으로 한 표집(標集) 방식으로 바뀐다. 과거 없어졌던 일제고사는 이명박정부 들어 부활했다가 이제 다시 없어진 것이다.
일제고사는 전국의 모든 학생이 치르고 여기에 교사와 학생은 물론 행정력까지 동원돼 왔다. 또 시험의 결과를 두고 학생들과 교사들은 그 결과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등 부작용도 컸다. 이에 따라 교사와 학생이 모두 그런데 그 타당성과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목적과 취지도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학교 현장에서는 일제고사 성적과 점수를 놓고 교사와 학생이 울고 웃는다.
일제고사의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가 정책수립에 참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를 논거로 일제고사 존속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책수립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많은 학생을 동원할 필요는 없다. 표본집단을 선정해 추세만 파악해도 충분하다. 여론조사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각종 경제지표를 산출하는 데도 표본만 조사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성적 자체가 교육정책의 전부는 아닌 이상 성적과 점수 지상주의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게 만드는 일제고사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학생들에게는 이미 학교에서 많은 시험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 굳이 일제고사라는 부담까지 더해준다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학생들 입장에서도 일제고사의 결과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고등학생의 경우 대학에 진학하려는 경우 수능시험과 학교내신 성적이 중요하다. 대학진학에 뜻이 없는 학생들도 학교공부를 착실히 하면서 사회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더욱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맹목적이고 획일적인 성적보다는 보다 창의적인 수업과 개인의 재능에 어울리는 평가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이제 일제고사 폐지는 불가피하고 시대적 요청이라고 하겠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일제고사를 없애는 대신 학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평가도 지역적으로나 단위학교별로 알맞은 방식으로 선택하면 된다. 학생들이 각자 재능과 성향에 따라 필요한 지식을 창의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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