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내정됐다. 김 후보자는 제19대 대통령선거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선거 과정에서는 혁신학교 확대, 초·중등교육 권한의 교육청 이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 등을 비롯한 문 대통령의 주요 교육공약을 설계했다. 이에 따라 일찌감치 이번 정부 첫 사회부총리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돼 왔다.
김상곤 후보자는 민선 1기와 2기로 경기교육감 시절부터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를 강력하게 추진함으로써 ‘혁신’과 ‘진보’의 아이콘이 따라붙어 왔다. 대학입시와 고등학교 등의 공교육, 대학정책 및 교원정책 등 여러 방면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후보자의 개혁성향은 취임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국정기획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교육부가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외고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김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쳐 정식 취임하면 교육계는 개혁의 소용돌이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복지 실현 노력”
김 후보자가 내정 후 "앞으로 '모든 아이는 우리 아이이며, 교육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누구나 차별받지 않는 교육복지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그는 거시적·장기적 관점에서 교육개혁 과제를 추진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양성을 위해서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입시제도의 큰 변혁이 예상된다. 우선 2021학년도 대입수능시험제도의 개편이 예고돼 있다. 교육부는 다음달 중 2021학년도 수능 평가방식 전환 여부 등을 포함한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내년부터 새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수능 평가방식을 상대평가제에서 절대평가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절대평가제는 성적에 따라 줄 세우기를 하지 않고 일정한 성취수준을 넘으면 모두 같은 등급을 주는 평가방식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원탁토론아카데미 주최로 열린 교육포럼에서 "오는 7월 교육부가 2021학년도 수능 시험을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따라서 다음달 발표되는 수능시험에 이런 방침이 반영될지 주목된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바와 같이 입시제도 역시 학생부종합전형·학생부교과전형·수능전형 등 3가지로 단순화하는 작업을 김 후보자가 취임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대학입시의 핵심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도 다소 달라질 전망이. 학종은 내신 등 교과활동과 동아리·봉사활동·독서 등 비교과 활동을 두루 반영해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학종의 주요 평가요소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와 자기소개서, 면접 등이지만 김 후보자는 이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학종전형이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고교도 절대평가 도입될 듯
수능시험 절대평가에 이어 고교 내신 절대평가 도입도 시야에 들어온다. 고교 내신 절대평가는 학생 개개인의 교과목별 성취수준을 5개(A~E) 등급으로 구분하는 평가방식이다. 현재 고교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원점수·평균·표준편차 등 상대평가 방식과 절대평가에 따라 산출된 점수와 등급을 병기한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이 내년 고교에 입학하면 새로운 교육과정에 따라 1학년 때 공통과목(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을 배우고 2·3학년에 올라가면 일반선택이나 진로선택 등의 과목을 고른다. 특히 2학년 이후부터는 각자 선택하는 과목이 달라 상대평가를 하기 어렵다. 이때문에 고교에도 절대평가제가 도입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고교 교육을 바꾸는 작업도 가속도가 붙을 듯하다. 특목고와 자사고는 수술대상에 오를 듯하다. 특목고가 고교를 서열화하고 대학입시를 위한 학원처럼 변질됐다는 비판이 제기된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현재 외고나 국제고 등 특목고나 자사고는 대학입시를 위한 예비고로 전락한 상황"이라며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고교학점제 도입도 촉진될 가능성이 크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서 듣고 취득해 졸업하는 제도이다. 김 후보자는 이미 고교학점제 도입을 통해 교육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고, 교육부도 추진팀을 구성해둔 상태이다. 서울시교육청도 전담추진팀을 최근 구성했다. 다른 시도교육청도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대선과정에서 내놓은 '1수업 2교사제'도 단계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1수업 2교사제는 주요 교과목 수업에 2명의 교사를 배치하는 방안이다. 그렇지만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지만 특히 교원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우선 초·중학교에서는 교실에 보조교사를 한명 더 배치하는 '1수업 2교사제'가 순차적으로 도입될 전망이다.
거점국립대 공영사립대 도입도 주목
김후보자가 추진할 교육정책 가운데 대학 개편도 주요 대상이다. 대학 서열화를 해소하고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이다. 특히 국립대학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거점국립대학을 명문대로 도약시키겠다는 '권역별 서울대 만들기 프로젝트'다. 김 후보자는 "전국 9개 지역의 거점국립대를 설정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와 사학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공영형 사립대학 도입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적어도 30개 안팎의 대학은 공영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었다.
이밖에도 김 후보자의 손길과 결단을 기다리는 현안은 즐비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 문제와 무단결근 중인 전교조 전임자 문제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
교육부 조직개편을 통해 초·중등 정책 업무를 일선 시·도 교육청에 이관하는 문제와 국가교육위원회 신설 등의 과제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가 입장과 복안을 제시해 주기를 교육계는 기다리고 있다.
한편 김상곤 전(前) 경기도교육감의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에 대해 진보 성향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와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정반대 반응을 보였다.
전교조는 "김상곤 전 교육감 지명을 환영한다"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법외노조’로 낙인 찍혀 노조전임자 활동이 어려워진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교총은 김 후보자에 대해 "그동안 무상급식이나 학생 인권조례, 혁신학교 추진 등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교육 현장의 혼선과 갈등을 초래하고 무상급식 등에 따른 학교운영·교육시설 예산 부족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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