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던 국정 역사교과서가 최종적으로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국정교과서 발행을 반대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으로 폐기 대상 1순위에 오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국정교과서 폐지를 공약한 바 있다. 적폐청산을 위한 9가지 공약중 네번째로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약속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역사교과서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교과서 국정화를 금지하고, '교육과정개정위원회'를 설치해 교육과정 개정과 교과서 국·검·인정 결정이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공약했다. 문 대통령은 또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중·고등학교에서 입시와 관련이 없는 과목부터 점진적으로 '교과서 자유발행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국정교과서의 생명이 다한 셈이다. 완전폐기는 이제 '시간문제'로 남았다.
문 대통령은 2015년 11월 대국민담화에서도 "국정교과서를 막기 위한 모든 법적·제도적 수단을 동원하겠다“면서 ”앞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아이들에게 획일적인 역사교육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역사국정교과서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국정교과서를 주된 교재로 사용하는 학교는 전혀 없다.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지정해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신청이 저조했고, 국정교과서를 보조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고육책까지 짜냈다. 이에 따라 경북 경산의 문명고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연구학교로 지정되기는 했다. 그러나 대구지방법원이 지난 3월17일 문명고 학부모들이 제기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불복한 경북교육청이 곧바로 항고했으나 대구고법은 기각했다. 이 때문에 문명고는 '연구학교 지정처분 취소소송'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국정교과서를 주교재로 쓸 수 없다. 이로써 국정교과서의 불씨가 사실상 꺼진 셈이다.
국정교과서의 최종 폐기는 문재인 정부의 내각구성이 완료되는 6월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각구성이 완료되면 관련 고시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새 교육부장관이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구분 수정고시'와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 된다.
현재 국회에는 국정교과서 발간을 원천 금지하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역사교육의 다양성 보장을 위해 역사교과서의 국정 발행을 금지하는 '역사교과용 도서 다양성 보장에 대한 특별법'(국정교과서 금지법)현재 야 3당이 국정교과서 폐기를 요구하고 있어 법안이 통과 가능성이 크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국정교과서 발간은 원천 금지된다. 현재 여전히 역사교과서 국·검정혼용제가 유지되고 있어 내년에 일부 학교에서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겠다고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정교과서 금지법안이 통과되면 그럴 가능성도 완전히 막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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