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함에 따라 교육부의 위상이 어떻게 바뀔지에 시선이 모아진다. 대통령선거과정에서 출마했던 모든 후보들이 교육부의 축소 또는 폐지를 공약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도 이에 한몫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의 경우 다른 후보처럼 폐지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고 다만 권한의 축소 및 시도이양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의 완전폐지 같은 ‘과격한’ 조치는 없을 것으로 교육부는 안도하고 있다.
교육부 일단 안도
교육부 폐지를 가장 앞장서서 주장했던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였다. 안철수 후보는 대선과정에서 교육부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대신 교육정책 수립과 결정 등 주요한 기능은 독립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에 맡기겠다는 구상이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 등 다른 후보들의 공약도 대동소이했다. 교육부 기능을 교육복지와 평생학습 등에만 한정한다거나 정책집행과 관리 역할만 맡긴다는 등의 구상이 다투어 제시됐다. 이렇든 여러 후보들이 교육부 역할과 기능을 폐지 또는 축소하겠다고 발히자 대선 후 교육부의 위상이 현저하게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됐다. 폐지되거나 최소한 규모와 위상이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점쳐져 왔다.
시·도 교육감들도 교육부 해체를 요구하는 등 정치권의 움직임을 거들었다 기존 교육부 기능을 교육청이나 국가교육위원회 등으로 넘기라는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유초중등교육에 관한 사항은 교육감 권한으로 규정하고,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육부의 역할에 대해 ‘교육정책은 교육부가 아닌 정치적 중립기구에서 연속성 있게 추진’(37.3%)하자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는 설문조사 결과까지 제시했었다.
한국교육학회를 비롯해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학계에서도 교육부 기능을 토막내 교육청이나 단위학교 등에 이양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교육부의 역할을 교육정책의 집행과 관리감독으로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렇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다른 후보들에 비해 비교적 ‘온건한’ 공약을 내걸었다. 교육부 기능의 개편과 지방 이양에 방점이 찍힌 공약이었다. 초·중등교육은 시·도 교육청과 단위학교로 권한을 넘기고 교육부는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및 직업교육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이었다 이에 따라 교육부 기능이 일부 축소되기는 하겠지만 폐지라는 극약처방은 쓰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초·중등교육 업무의 상당부분은 이미 시·도 교육청에 넘겨진 상황이라고 교육부 관계자는 지적했다.
교육부는 따라서 향후 업무보고 등을 통해 이런 사실을 설명하고 초중등교육에서도 국가 차원의 정책이 중요하다는 점을 설득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들은 연방제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나라가 교육을 담당하는 중앙부처를 두고 있고,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교육부 폐지론이 있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교육부 폐지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 관심
문 대통령은 교육부 폐지라는 극약처방 대신 기능 개편과 국가교육위원회 신설을 공약했다.
집권 초기에 교육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의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하고, 이후 장기적으로는 중장기 교육정책 논의를 담당하는 기구로서 국가교육위를 설치한다는 방안이었다.
새로 설치되는 기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정책의 방향을 정립하는 증 교육개혁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설되는 기구의 성격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금융감독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처럼 의결권을 가진 기구가 될지 아니면 과거 김영삼정부 시절 설치됐던 교육개혁회의의 경우처럼 단순한 자문기구가 될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국가교육위원회 같은 별도기구의 신설은 교육계의 강력한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한국교직원총연합 등 교육 및 시민단체가 선거과정에서 이미 그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해 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한 시도교육감들도 이런 요구를 거들었다. 따라서 어떤 현식으로든 교육개혁을 위한 위원회 성격의 기구가 신설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교육부에도 나쁠 것 없다
이런 기구가 설치되면 교육부로서는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이나 학력차별 해소 등 문 대통령이 공약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육부만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학력차별의 경우 고용노동부 같은 유관기관의 협조가 정대로 필요하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 선발에 있어서도 학력을 가리지 않고 채용하는 관행과 문화를 정착시키려면 행정자치부나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가 따라주어야 한다. 이를 국가교육위원회 같은 범정부적 별도기구에서 정부정책으로 삼는다면 추진력은 더 강해진다.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문제도 교육부 차원을 넘는다. 금융부나 산업자원부 또는 국토교통부 등 경제부처와의 협력과 소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렇게 볼 때 국가교육위원회의 신설은 교육부로서 기대를 걸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신설기구가 단순한 자문기구에 그친다 하더라도 교육부로서는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 경우 추진력이 커지면서 주도적인 역할은 교육부가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에 따라 정부조직도 일부 개편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시기는 6월말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 구상은 아직까지 별로 드러난 것이 없다. 따라서 교육부의 위상변화도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교육부 기능재조정과 개편에 대한 요구가 워낙 거세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바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4차산업혁명과 창의적 인재육성 필요성이 고조되는 등 주변여건도 교육부의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 사실이다. 교육부의 구체적인 위상변화는 향후 정부조직 개편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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