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고등학교 야자와 저녁식사 제공금지‘라는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공교육 혁신 방안의 하나로서 야심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 기본배경은 학생들에게 대학입시 위주의 학습에 매몰되지 않고 향후의 진로와 꿈을 스스로 탐색할 시간을 주자는 것이다.
아울러 가족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의 문화를 만들어가자는 뜻이 담겨있다. 이를 위해 경기도교육청은 한때 모든 학생들에게 저녁식사 제공을 금지하는 등 극약처방까지 동원했다. 이런 시도의 긍정적인 결과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교사들의 야근이 대폭 줄었들었다. 작년에는 200명 이상의 학생들이 밤 10시까지 남아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했는데, 올해는 그 인원이 30명가량으로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야자 관리에 필요한 지도교사도 6명에서 3명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교사들의 야근이 줄어들면 심신이 편안해지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도 더 큰 성의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도 야자학습 폐지할 경우 얻는 긍정적인 효과가 적지 않다.
반면 현실적인 제약도 분명하게 남아 있다. 무엇보다 현행 대학입시 제도 아래서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으면 대입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런 우려 때문에 학부모들은 일찍 하교하는 학생을 사설학원으로 보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정부와 교육청의 기대와 달리 사교육 업체의 배만 불리게 된다. 또한 집안의 형편상 학부모가 자녀에게 따뜻한 저녁식사를 제공하기 어려운 가정도 있을 것이다. 이런 가정의 경우 지금까지 학교에서 제공하는 저녁식사가 있기에 마음이 놓였지만, 이제는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교육현장에서는 경기도의 이같은 야자학습 금지가 현실과 동떨어진 조치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최근 한 조사결과 일선교사의 70% 이상이 야자학습의 전면폐지에 반대하고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결국 획일적인 전면금지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재정교육감과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강제 야자학습 금지조치가 지향하는 바는 원론적으로는 바람직하고 옳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이상’이 온전히 실현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는지도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여건이 안돼 있을 경우 그것을 개선하려는 노력과 함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획일적이고 무조건적인 전면조치는 되도록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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